[충청역사 칼럼] 면천 한진사고
[충청역사 칼럼] 면천 한진사고
  • 이 청 논설위원
  • 승인 2019.09.23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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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고서 수장고에 있는 응골방(鷹骨方)이란 매 사육을 주제로 한 책이 있다.

작자는 고려말 이조년으로 이 책은 원본이 아닌 15세기 필사작으로 전해온다. 필사자는 동사강목을 지은 안정복으로 추정된다.

이책의 말미에 면천에 사는 한진사의 소장이란 6쪽의 초서로 된 글이 있는데 초서와 이두문이 대량 섞여 있어 학계에서도 해독난망으로 치부해 왔고 느낌상 응골방의 유실과 관련한 관에 진정한 소장이라거나 그냥 문학적인 서사 정도로 추측만 해왔고 별다른 관심 없이 방치돼 왔다.

면천거한진사장을 탈초한 후 학계의 성과인 이두사전을 비교하여 해독해 본바 아래와 같다.

한진사는 조선 인조임금 시대 면천에 살던 한응신(韓應信)으로 조선시대 자료인 사마방목에서 확인 된다. 내용에 등장하는 병사 이대신은 인조시대 무장으로 특정된다. 면천에서는 진사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조선시대를 통 털어 45명 정도인데 그중 한씨는 두 명 뿐이다.

내용은 한진사 자신의 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소신을 들어내는 것이다. 시와 문장에 빠져 사는 사람은 네명의 노비와 동거하는 거라면서 노비들의 이름을 시금(詩今) 지동(紙茼) 묵덕 (墨德) 필금(筆今)이라 한다.

이들 네명의 노비는 문학을 하는데 필요한 재능과 붓과 벼루 종이를 의인화하고 있다.
한진사는 문학을 하는데 두 길이 있다면서 이백과 두보를 든다.

자유자재한 삶으로 세상을 초극했던 이백과 자애와 따뜻함으로 삶의 안정을 추구하던 두보의 문학을 비교하면서도 두 시인이 가난과 고통에 살았던 것을 회상하면서 지역의 관장에게 문학인을 고통스럽게 하는 네명의 노비들을 추쇄해달라는 형식의 글을 쓰고 있다. 특히 두보의 은거를 남가지몽의 고사를 빗대어 설명하며 이백과의 아름다운 인연을 말하는 대목은 아름답다. 괴안(槐安)의 북쪽이 수향인데 남가지몽의 고사는 수향을 환상의 세계로 본다.

풍속은 명분을 좋아하고 군신(君臣)의 아름다운 거동이 엄격하고 군대의 항오(行伍)가 엄정한 나라라 한다. 순우분(淳于)이 그 나라에 벼슬하여 장상(將相)의 관직을 50년이 나 역임하다가 하루아침에 사직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한바탕 꿈이 였다.

수향의 촌락에 큰 매화나무가 있어 납설(臘雪)이 처음 잦아들 무렵에 푸른 꽃잎이 향기를 토해낸다. 촌락의 비췻빛 기운이 오르내리고 주막의 푸른 깃발이 펄럭일 때에 순우분이 그 나라에 이르러 매화 영혼 주인과 주막에서 함께 술을 마시니, 옅은 화장과 흰 소복에 꽃다운 향기가 사람을 감쌌다.

그가 돌아갈 때에는 비췻빛 새들이 매화나무에서 조잘대며 달이 지고 삼성(參星)이 비스듬히 가로질러 있는 몽환의 세계다. 문학적인 세계인 것이다.
한진사는 두보나 이태백의 문학적인 삶이 괴안국의 수향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여 자신의 문학적 열정을 그곳에 투영한다. 면천거한진사장에 병사 이대신과 호서의 각 관아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글이 면천에서 생산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내용은 15세기 쓰여진 것으로 당진 지역의 필적 유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에 속한다.

그리고 대량으로 쓰여진 이두문은 이미 학계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자료를 잘 연구하면 지역과 학계에도 큰 도움이 될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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