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의 명산 천방산 오해 풀어주기
예산의 명산 천방산 오해 풀어주기
  • 이청 논설위원
  • 승인 2019.07.17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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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산행기에 나오는 심경호교수
고증 서천의 천방산이 아니다

십년전 한문학계의 권위자 심경호교수의 번역으로 ‘조선선비 산길을 가다’라는 산행기가 출간 됐다.

조선의 유명 인사들이 조선 팔도 삼십여곳의 명산 등정기를 취합해 출간한 것인데 충남 지역에서는 계룡산 도고산 천방산이 등장한다.

심교수는 이경전(李慶全1567-1644)이 지은 ‘대설답천방사기’를 소개하면서 천방사가 있는 천방산이 서천군 판교와 문산면에 걸쳐 있는 천방산(324미터)이라 고증했으나 사실이 아니다.

이경전은 선조시대 명신 이산해의 아들로 고위관직을 역임하다 말년에 아버지의 선영과 집안 농토가 있는 예산으로 내려와 살았다.

이경전은 1631년 65세때 천방산을 올라 천방사를 찾았고 그일을 수필로 남겼다. 그 작품이 눈오는 날 천방사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한 이 작품이다.

이경전은 천방사에서 한 고승을 보았는데 백번을 기운 누더기 가사를 입고 눈썹이 횐 서리 같은 고승에게 감동을 한다. 작은 암자에서 ‘대혜선사게송‘을 보았다고 했으니 고승의 면모도 엿보인다.

대혜 종고스님은 중국 선종의 대철학이다.  고승이 이경전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자리에 앉아 시선이 닿은 끝까지 바라보면 아득하지만 하늘이 밝은 날은 일망무제 내포의 대여섯 고을이 눈 안에 들어오고 크고 작은 산과 봉우리 그리고 도로와 하천 들판이 남김없이 들어 나지요.

그러나 오늘은 날이 흐리고 어두워 그 모든 것을 숨기고 뒤덮어 보이지 않는군요.  이 또한 도깨비의 장난이지요. 아하 어찌 알까요?  한밤중에 갑자기 하늘이 열려 푸른 하늘이 보이고 달나라의 영롱한 성곽과 수정같은 누각들이 한 순간에 들어나 못다한 맛을 한껏 맞보게 할는지요.’

이경전은 조선의 문장가다.  이런 찰지고 아름다운 산승의 말을 한문으로 이렇게 옮겨 놓는다는 것은 이경전이 아니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경전은 고승의 말을 빌려 말한다. 좋은 날에는 암자에서 내포의 대여섯 고을이 한눈에 보인다고 예산 대술면의 천방산(475미터)에 오르면 실재로 덕산 면천 대흥 신창 예산이 한눈에 보인다.

심교수가 말한 서천군 천방산은 보령에서도 남쪽으로 한참을 내려가 있어 실재로 내포의 대여섯 고을을 볼 수 없는 곳이다.
이경전의 아들은 ‘이구’다 이구는 전주이씨를 아내를 두었는데 이 분이 살림을 잘 경영해 이산해 후손들이 예산 대술면에 근거지를 두게 되었다. 지금도 이산해의 무덤이 그곳에 잘 관리되고 있다.

이경전의 아버지 이산해의 등정기가 아들의 등정기와 함께 수록 됐다. 아산 도고산이 그것이다.  심경호교수는 빛나는 한문 학자다. 그리고 이 책도 명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옥의 퇴로 예산의 천방산이 서천군의 천방산으로 고증된 점은 아쉽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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