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을 기다린다” 표현 자제해야
“태풍을 기다린다” 표현 자제해야
  • 충남투데이
  • 승인 2018.08.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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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야기’가 시속 16km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오늘(8월 13일)이면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위기의식을 표현하는 뉴스로 분주했을 언론이 태풍을 기다리는 듯한 표현을 일삼고 있다.

정부나 기관의 표현 또한 태풍에 대한 위험보다는 반기는 내용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최악의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늘면서 비를 기다리는 마음은 전 국민이 같을 것이다.

논바닥이 거북등이 되어 갈라지고 밭의 곡식은 붉게 타들어간 곳이 부지기수다.

정전으로 불편을 겪은 아파트 주민도 있고 열대야로 잠을 설치며 불면증을 호소하는 국민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동안 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의 진로도 우리나라와는 전혀 상관이 없게 진행하면서 폭염과 가뭄으로 전국이 힘들어하는 상황 인 것은 맞다.

최근 태풍 ‘야기’의 진로가 황해의 중심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 전역이 영향권에 들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태풍의 예보와 동시에 수많은 언론기관과 TV프로그램을 통해 ‘ 풍을 기다렸다’ 표현들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만 보면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벼가 타 들어가는 논의 주인은 이보다 더한 표현을 할 수도 있다.

줄기가 말라가는 고추밭의 주인이라면 태풍에 감사한 표현도 할 수 있다.

태풍은 많은 위험을 안고 온다.

그러나 그동안 수없이 많은 태풍을 통해 고난을 받았던 국민들은 이 표현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

태풍으로 인해 힘겹게 모은 전 재산을 날린 사업가도 있고 다 지은 농사를 망친 경험이 있는 농부도 있다.

이런 사람들 입장에서 태풍을 기다린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그동안 태풍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

최근 몇 년간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온 보편적 상황의 사람에게나 태풍이 반가울 것이다. 태풍이 우리 삶에 긍정적 영향만 준다면 얼마든지 미화어구를 사용한 표현을 할 수 있다.

비가 필요한 곳에 비를 내리고 바닷물을 한 번정도 뒤집어 물고기들의 생육환경을 바꿔주는 영향을 꼭 필요하고 중요한 태풍의 역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대부분의 태풍은 많은 위험을 동반했다.

해일이 몰려오고 폭우로 인한 수많은 재산과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 태풍의 긍정적인 역할이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긍정의 역할보다 더 큰 위험을 안고 있는 태풍이기에 때문에 기다리거나 반긴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

오히려 대비해야 한다는 표현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은 정치적 중립의무 못지않게 사회 계층 간의 문제에 대한 의무도 지녀야 한다. 태풍을 기다리는 사람과 태풍의 위험에 극도로 긴장한 사람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태풍 ‘야기’가 많은 태풍의 긍정적 영향을 우리나라에 미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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