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무소의 뿔처럼 가겠다
(취재수첩) 무소의 뿔처럼 가겠다
  • 박보겸 기자
  • 승인 2024.03.28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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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겸 천안국장

[천안=투데이충남] 박보겸 기자= 대전고법 형사3부가 지난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상돈 천안시장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공직사회와 지지자, 시민들 사이에는 충격파가 컸었다.

박 시장은 27일 브리핑실을 찾아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먼저 사과하고, “1심 결과를 뒤엎었을 때 부정되는 이유가 판결문에 선명치 않다”며 판결에 서운한 점도 있지만 “사법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고, “법률심인 대법원에 상고해 충분히 소명하며 결과를 기다리겠다” 고 밝혔다.

“전임 시장도 그렇고 후임 시장인 나도 재판으로 가는 데 대해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적어도 내 명예는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상고를 결정했고, 변호사들과 논의해 오늘 중 상고하겠다”고 향후 재판 계획도 밝혔다.

대법원 최종 판결의 ‘때’와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시민들과 시의 발전을 위해 주어진 시간동안 시정을 차질 없이 운용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판결에 대한 서운함보다 걱정하고 있을 시민들에게 미안함과 향후 차질 없는 시정의지를 밝혔다.

노수신(盧守愼)의 시구처럼 ‘혼자 하늘 밖을 걸어감에 그림자한테도 부끄러움 없었네(獨行天外影無慙 독행천외영무참)’라는 결백함을 알아줬으면 하는 눈치다.

앞으로 주어진 시간에 대해 후한서에 있듯 ‘나아가고자 힘쓰는 사람은 앞만 볼 뿐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務進者 趨前而不顧後 무진자 추전이불고후)’는 의지도 보였다.

최치원의 전기소설 쌍녀분전기(雙女墳傳記)에 ‘달그림자는 움직이면서도 옛길을 잃지 않고, 계수나무 꽃은 피면서도 봄바람 기다리지 않네(輪影動無迷舊路 桂花開不待春風 륜영동무미구로 계화개불대춘풍’)’처럼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貞觀政要'(정관정요)의 저자인 오긍(吳兢)은 ‘행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매듭까지 잘 짓는 것이 어렵다(非行之難 終之斯難 , 비행지난 종지사난)’고 했 듯 무소의 뿔처럼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신수정 작가는 ‘커넥팅’에서 “최고가 되는 사람은 때로 의무감으로, 때로 책임감으로, 때로 막연한 희망으로, 때로 작은 성장의 뿌듯함으로, 때로 동료애로, 때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미션과 뜻으로 매일매일 의도적으로 훈련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조금씩 전진하는 사람이다”고 적었다.

이날 박 시장의 눈빛에서 대법원에서 결정될 ‘판단’의 시간까지 시민을 위해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가겠다는 의지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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