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킴(CI KIM) 열일곱 번째 개인전, ‘레인보우’개최
씨킴(CI KIM) 열일곱 번째 개인전, ‘레인보우’개최
  • 박보겸 기자
  • 승인 2024.03.1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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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투데이충남] 박보겸 기자=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씨킴(CI KIM, b. 1951)의 열일곱 번째 개인전 ‘레인보우(RAINBOW)’를 개최한다.

전시회에는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 170여 점을 선보인다.

씨킴은 어린 시절 하늘에서 보았던 무지개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비가 그치고 떠오른 태양 뒤로 펼쳐진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예술적 영감의 원천임을 그는 오랜 기간 고백해 왔다.

씨킴의 작업과 삶 전반에 ‘무지개’는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간 ‘무지개’가 꿈, 희망, 아름다움, 예술 등의 추상적인 개념의 형태로만 머물렀다면, 최근 작업에서 그는 무지개가 자아내는 다채로운 빛깔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색에 대한 강한 끌림은 인간이 거스르기 어려운 본능적 욕구이다.

기원전 2~3만 년 전에 발견된 원시 동굴벽화에서부터 고대 이집트, 페르시아, 중국 황하 문명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인류가 남긴 무수한 회화, 조각, 건축에는 색의 사용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색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고찰이 인간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수천 년이 지나서야 시작됐다는 사실은 인간에게 색에 대한 본능적 끌림이 내재되어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색채를 이론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된다.

모든 사물이 물(水), 공기(風), 불(火), 흙(土)이라는 4대 원소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한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kles, 기원전 490~430년경)는 세상을 이루는 모든 색 역시 4대 원소를 상징하는 흰색, 검은색, 빨간색, 노란색의 조합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분석적 접근은 히포크라테스, 플라톤을 거쳐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졌다.

이후 뉴턴이 태양 광선의 스펙트럼을 발견하기까지 약 2000년 동안이나 서구인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색채 분류법을 사용해 온 것을 보면 색채과학의 역사는 색채의 자연스러운 사용, 즉 인간의 본능이 발현되는 속도보다 훨씬 더딤을 알 수 있다.

씨킴 작업의 근간에 ‘꿈’과 ‘고통’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단어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무지개를 보며 꿈을 꾸면서도, 꿈으로 향하는 길에는 노력과 인내가 수반된다는 사실을 씨킴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전시의 중심이 되는 ‘색’은 씨킴에게 큰 도전 과제이자 꿈이다.

씨킴의 작업에서 빛은 색으로, 색은 물질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물질’은 화가의 생각대로 호락호락 움직이지 않는다.

노년의 화가는 그럼에도 매일 붓을 들고 땀을 흘리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매일 아침, 빈 캔버스, 바닥의 카펫, 쓰다가 남은 빈 상자 등을 마주하고, 그 위에 색을 얹는다.

때로는 일상의 사물이나 사람을 묘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색을 흘려보내며 그것의 응집과 확산,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갈라짐 등을 관찰하기도 한다.

전시된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들은 씨킴이 빛과 어둠 사이에 피어난 색들의 향연에 매료돼 그 속에서 자신의 회화적 질서를 찾으려 한 수많은 노력과 실험의 결과물이다.

뉴턴의 도구적 합리주의 관점이든, 괴테의 생태론적 관점이든 인간이 색채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무한함과 신비로움의 창을 여는 색의 존재는 오늘날 씨킴의 예술적 충동을 자극하고 그를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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