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현실로 다가온 ‘화장장’ 증설…정부는 글쎄
[時論] 현실로 다가온 ‘화장장’ 증설…정부는 글쎄
  • 이회윤 기자
  • 승인 2024.01.02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적으로 급속하게 정착돼 가고 있는 화장문화로 인해 전국 화장장이 포화상태를 이루면서 광역자치단체별로 최소한 2~3개 이상의 화장시설이 증설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어도 정부는 마냥 느긋하기만 하다.   

오래전부터 유교문화에 젖어 살아온 우리나라 장례 절차는 매장(埋葬) 문화에서 화장(火葬) 문화로 정착돼 가면서 사회적 지위나 사정에 따라 5일 장(葬)으로 치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통상적으로는 3일 장(葬)이 보편적이다.

이 때문에 상(喪)을 당하면 3일 안에 모든 장례 절차를 마치기 위해서는 온 가족과 친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매장(埋葬)일 경우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겠지만, 화장(火葬)일 경우는 요즘 같으면 화장장 예약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워 짧게는 수십km에서 많게는 수백km까지 찾아가 화장장을 섭외하기 일쑤인데 그나마 일정대로 섭외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발인 날짜를 하루 이틀 늦추거나 심지어 일주일씩 연장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3년 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화장장 대란을 겪은 일이 엊그제 같은데 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마냥 느긋하기만 해 정작 일이 닥쳐야 움직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관행적 행정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의 화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동안 전국의 3일 장 화장률이 평균 70.2%로 나타나 앞으로 화장장 이용률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화장장 전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화장장 증축이 시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충청권은 현재 대전과 세종, 천안, 공주, 홍성 등 5곳으로, 충남 서남부 지역은 주로 홍성에 있는 봉서원에서 1일 4회씩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발생하는 화장을 수용하기에도 벅찬데다 환절기나 감염병 등의 범람으로 갑작스레 사망자 수가 증가하는 계절이 도래하면 화장장 예약은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코로나19와 같은 계절적 유행병이 창궐할 때만 전국에 있는 60여 개의 화장장을 수소문해 알선해주는 정도의 임기응변식 수습책만으로 위기를 넘기려 들뿐 항구적인 대책 마련에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아파트의 층간소음 분쟁으로 이웃 간 갈등을 넘어 칼부림까지 일어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비로소 층간 방음시설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가 하면, 지난해 엄청난 대란을 겪었던 요소수 사태가 또다시 재현되고 나서야 수습에 나서는 못된 관행이 언제쯤 바로잡아질지 답답한 노릇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