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마을 이야기] 홍동면 석산마을
[홍성군 마을 이야기] 홍동면 석산마을
  • 투데이충남
  • 승인 2021.11.0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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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심는 석산의 농부들 1

 

봄의 시작을 알리는 완두콩 모종들이 줄지어 어르신들의 텃밭에 심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석산마을에는 봄이 찾아오고, 어르신들은 저마다 한 해 농사를 준비하기 위해 오늘도 팔을 걷어붙이고 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감자, 콩, 파, 오이 등 아기자기한 어르신들의 텃밭을 들여다보면 개성이 담긴 농부의 삶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실히 농사짓고 꾸준히 작업하며, 오늘도 밭으로 향하는 석산 농부들의 삶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흙으로 봄을 빚어내는 할머니들의 품앗이
  흙냄새, 봄바람이 더해진 석산마을의 농번기가 시작되었다. 겨우내 모종판에 뿌려두었던 씨앗은 어느덧 푸른 새싹으로 자라 어르신들의 텃밭으로 갈 준비를 끝마쳤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며 봄바람이 부는 마을회관 근처 텃밭에는 한 손에 호미를 챙겨 든 할머니들이 보인다. 열심히 텃밭의 흙을 고르는 할머니들은 완두콩을 심기 위해 모였다. 마을을 방문한 날 푸르게 자란 완두콩 모판이 박난초 님 하우스에서 완두콩이 텃밭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석산마을 할머니들은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는 품앗이를 한다. 두레보다는 작은 규모의 단순한 작업에서 품앗이가 이루어지며, 시기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작업의 종류에도 관계없이 한다.
  “서로 이렇게 일 도와주시는 거예요?”
  “돕고 그러는거지 뭐.”
  박난초(79세, 여)
  박난초 님이 모종을 나르는 동안 텃밭에서는 차례로 자리를 잡고 백옥자, 이성자, 한기순, 정규자 님은 흙 고르기가 한창이다. 경사진 자투리 텃밭도 문제없다! 작업방석을 끼고 앉아 흙 고르기가 끝나면 모종을 심기 시작한다.
  “매꿨어, 골을 내여 촘촘히 심으면 안디야.”
  백옥자(67세, 여) 
  “완두콩 심으면 이제 뭐 심어요?”
  “콩심고, 심으면 또 따야하고. 
다 따면 딴 거 또 심어야지, 따면 또 콩 심어야지 땅콩 딴 거. 
  촌에는 쉴 새가 없어 맨날 심어야해. 
  이거 다 꼬투리 따서 팔면은 콩, 또 가을 콩 있어. 
  그런 거 또 심어야해.”
  백옥자(67세, 여)
  시골에는 쉴 새가 없다는 어르신들은 부지런히 모종을 심는다. 동그란 감자를 심고 다음차례 완두콩을 심으면 땅콩, 오이, 고구마 모종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품앗이 속에 무럭무럭 자라날 나눔의 싹들을 기대하며 석산마을 농부들의 품앗이가 계속된다.
  두 번째 품앗이가 한창인 마을회관 옆 텃밭에는 이성자, 정규자, 백옥자, 박난초 님이 흙 고르는 작업 중이다. 조사단이 건넨 음료수에 “아휴, 고마워.” 하시며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 어르신들. 조사단을 보며 손녀딸이 놀러 오는 것 같다며 오늘도 반겨주신다. “가을에 땅콩 캘 때 또 와.” 땅콩을 수확할 때도 놀러 오라는 어르신의 농담 섞인 재미난 말과 함께 오늘 일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회관 바로 옆인데 풀 나니까 여기다 뭐 심어놓으면 뭐 안나잖어. 
회관 주변이 깨끗해야지. 그러니까 심은 거여. 
정자나무 심었는데 다 캐서 없애버렸어.”
  박난초(79세, 여)
  정자나무로 우거진 마을회관 옆은 2년 전 밭으로 경작했다. 회관만큼 높았던 나무들이 있던 곳은 어느덧 어르신들이 힘을 모아 다음 작물을 키우기 위해 흙 고르기를 하는 텃밭이 되었다. 어르신들이 열심히 작업하던 텃밭은 검은 비닐로 씌어있고, 다음 작물 심을 준비를 끝마쳤다. 잡풀이 자라지 않게 비닐로 덮어둔 텃밭을 보며 새롭게 심어질 작물에 대한 기대감으로 어르신들의 품앗이 날을 기다려 본다.
  길에서 만난 박난초, 백옥자 님은 두 분 만의 품앗이를 하고 있다. 작물을 다 심고 남은 자투리땅에 고랑을 만들고 있다. 두 명으로도 충분하다며 어느새 고랑 만들기를 끝내셨다. 석산마을 어르신들 하우스와 밭에는 여전히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모종들로 가득하다.
  “아이고 비와야 하는데 심어도 말라서.” - 백옥자(67세, 여) 
  “오늘 비 온다 그랬어, 비는 와야해.” - 백용기(56세,남)
  “그러게 비오면 좋은디. 시골 지금 비 기다리는 거라고. (작물이)크덜 않자나. 낼 오전까지 온다고 그래서 지금 그거만(비만) 기다리고 있는건대 우리가.” - 정항모(81세, 남)
  농촌 마을은 오늘도 비 소식을 기다린다. 굽은 허리로 하나하나 심은 작물들을 보며 몸이 고된 것보다도 작물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느끼는 천상농부들. 땅 놀리는 것이 더 안타깝다며 부지런한 농사꾼이 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석산마을에는 오늘도 한 손에 호미를 챙겨 들고 텃밭으로 발걸음 하는 석산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루하루 작물들이 커가는 모습은 땅에서 주는 또 다른 설렘의 연속이다.

석산마을에는 새롭게 자리 잡은 작물들이 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어르신들 밭에는 무럭무럭 자라날 새싹들을 위해 지지대를 설치해두고 비닐을 덮어두었다. 빗물을 머금고 결실을 맺을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한 해 농사를 기대해본다.
석산마을에는 새롭게 자리 잡은 작물들이 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어르신들 밭에는 무럭무럭 자라날 새싹들을 위해 지지대를 설치해두고 비닐을 덮어두었다. 빗물을 머금고 결실을 맺을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한 해 농사를 기대해본다.

[출처] 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블로그|작성자 홍성군 청년마을조사단(김새롬,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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