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마을 이야기] 서부면 묵동마을
[홍성군 마을 이야기] 서부면 묵동마을
  • 임미성 기자
  • 승인 2021.10.24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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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우덜은 회관이서 이렇게 놀아!”

  묵동마을의 노래교실
  “자네와 난 보약 같은 친구야. 사는 날까지 같이 가세 보약 같은 친구야.”
  묵동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묵동마을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사는 이야기도 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노래도 부르며 한 가족처럼 일과를 보낸다. 묵동마을회관은 평소에는 평범한 마을회관으로 사용하지만, 어르신들이 배우기 위해 모이는 날에는 한글교실, 체조교실, 그리고 노래교실로 변신을 한다. 1월부터 3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진행되는 노래교실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만들어졌다.
  “한 주 동안 고생했으니 안마를 해야지. 조물조물조물조물, 아이고 시원합니다. 한 주 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독독 또독독 독독 또독독, 체인지. 반대로. 어째 다들 시원들 하십니까? 아이고 시원해라.”
  노래 수업 시작 전, 강사의 지도로 가벼운 몸풀기 시간이 진행된다. 강사의 지도에 따라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하는 이 시간은 호탕하게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시간이다. 스트레칭과 함께 가벼운 손 운동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노래 수업이 시작된다.
  “신곡을 가져온 게 있어요. 오늘은 이거 배워요.”
  “엊그제 배운 것도 자꾸 까먹어.”
  “계속 까먹으면 또 하고 하면 되지.”
  “아이고, 늙으니께 자꾸 까먹고 시키는 대로 잘 안되어.”
  동그랗게 모여 앉은 어르신들은 강사에게 새로운 곡을 배울 때마다 어색하고 어렵다고 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하다. 강사가 부르는 노래를 박수치며 따라 부르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노래 솜씨를 뽐내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열창하기도 한다. 어르신들에게 노래교실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도 “공주님들도 한곡 해야지?” 장난스레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의 눈빛에 반짝반짝 보물이 깃들어 있다. 언제든 회관으로 또 놀러 오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어르신들. 어르신들의 따뜻한 미소가 봄을 알리고 있다.
  정월대보름
  매년 음력 1월 15일 묵동마을회관에서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정월대보름을 보낸다. 정월대보름은 예로부터 전해지는 농경사회의 풍속이며 해마다 행하여지는 행사이다. 세시풍속(歲時風俗)에서는 가장 중요한 날로 설날만큼 비중이 크다. 묵동마을 어르신들은 한 해의 건강과 풍년 그리고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회관에 모였다. 한 해의 여러 행사 가운데 중요한 행사인 묵동의 대보름날을 만나본다.   
  묵동마을에서도 건강한 대보름날을 보내기 위해 다섯 가지의 곡식을 섞어 만든 오곡밥 준비가 한창이다. 압력밥솥에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찰밥은 밥상으로 나갈 준비를 마치고, 어르신들이 아침 일찍 나와 준비한 나물들과 전은 집시에 담겨있다.
  “오늘은 혼자 준비하세요?”
  “혼자 만든다 했어 혼자 만들어도 충분하니까 다했어. 어머니들이 만들어(나물, 전) 놓은 거고, ​거의 다 만들어졌네.”- 이경순(57세, 여)
  평상시는 당번제로 돌아가면서 음식을 준비한다는 묵동마을 어르신들. 특별한 날을 맞아 귀농 2년 차 이경순 님이 식사 준비를 한다.
이경순 님이 준비하는 제주도식 빙떡은 오곡밥, 나물과 곁들여 먹을 특별한 반찬이다. 어르신들이 먹기 편하게 만들었다는 빙떡은 모양처럼 맛도 좋다.
  “부침가루랑 계란이랑(넣어 동그랗게 부치고) 여기다 무순을 넣어서 돌돌돌돌 말아서 전병처럼.”- 이경순(57세, 여)
  “무순 이렇게 넣어서 하는 거 처음 봐요.” 
  “이건 제주도 빙떡 식으로 하는 거야. 나는 제주도 사람이라. 이렇게 하면 부드럽고 할머니들이 잡수시기 편하시자나. 계란말이식, 계란말이보다 무순이 들어가면 조금 시원한 맛이 나. 이게 애초에 메밀로 해야 하거든. 메밀이 없으니까. 이건 완전 시원하게 먹어야 해 냉장고에다가 차갑게.”- 이경순(57세, 여)
  어르신들은 정성으로 준비한 한상차림으로 한 해의 풍년과 건강을 다 같이 기원한다. 접시마다 푸짐하게 담아 차려놓은 음식들과 주고받는 술 한 잔에 오랜만에 근심·걱정을 다 내려놓고 모두가 즐기신다. 
  시끌시끌 어르신들의 정겨운 웃음소리가 마을회관에 가득하다. 든든하게 한상차림으로 속을 채운 어르신들은 정월대보름 나기 윷놀이가 한창이다. 백돌, 흑돌로 편을 나누어 윷가락을 던지며 농담 섞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내기를 걸던지 돌을 던지던지.”- 김분순(85세, 여)
  “걸었어. 하하하”- 이경분(85세, 여) 
  “도다! 방위다 놔. 거기 가야지.
  ​걸적걸적 쳐.
  우리 마음대로 되나. 하하하”
  백돌, 흑돌 엎치락뒤치락하며 모두가 원하는 윷이 나오길 바라며 윷가락을 높이 던져본다.
  “윷놀이 몇 판 하는 거예요?”
  “아이 몇 번 계속. 하기 싫다고 해야지. 네 판을 할지 다섯 판을 할지 몰라. 인저 이 양반이 네 판 이기고 저기서 다섯 판 이겨야지. 거기서 이기는 거여.”- 장광진(81세, 남)
  “이기고 지고 상관없이 오천 원이야? 좋은 생각이야.”
  이경순(57세, 여)
  윷놀이 승패와 상관없이 묵동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눠 가질 휴지들이 방 한 곳에 한 가득하다. 대신 조합원이 아니면 부녀회장님에게 오천 원을 내고 가져간다. 모두가 행복하게 가져갈 수 있는 상품이 준비되고, 윷놀이 내기로 점점 열기가 더해지는 마을회관에는 어르신들의 열정으로 식을 줄 모른다. 묵동마을의 대보름 나기는 계속 이어진다.
  대보름은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것을 의미하고, 커다란 보름달처럼 풍년과 건강을 기원한다. 정월대보름의 의미처럼 여유와 즐거움이 묻어 나오는 묵동마을 어르신들. 묵동마을의 정월대보름은 매년 함께하며 주고받는 정에서 어르신들에게도 추억이 한 장 더 쌓이는 날로 기억된다. 어르신들 표정에서 흥과 여유를 만끽하는 하루를 엿볼 수 있다.

어르신들이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윷가락과 달력을 이용한 윷판이다.
어르신들이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윷가락과 달력을 이용한 윷판이다.

[출처] 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블로그|작성자 홍성군 청년마을조사단(김새롬, 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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