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모락’ 따뜻한 점심밥상
방 안에서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회관 부엌에서는 점심 식사 준비로 한창이었다. “저 이가 요리 잘 혀.” 음식 솜씨 좋기로 마을 어머니들의 칭찬이 끊이질 않는 김명옥(73) 님은 여느 때처럼 뚝딱뚝딱 점심 밥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쌀을 안치고 나니, 늘 식사를 함께 준비하시는 어머님들도 회관으로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무수 지져. 뭐 할 게 있어야지. 무수 지져서 찌개 끓여야지.” 그날의 주 요리를 동태찌개. 맛깔스러워 보이는 고춧가루 양념에 무를 지지다, 동태와 물을 넣고 한참을 보글보글 끓여줬다. 끓고 있는 동태찌개에는 비린내를 잡기 위해 넣어준 소주와 직접 가져온 고소한 기름까지, 김명옥 님의 비법이 추가되었다. 마무리로 대파 송송 썰어서 올려주면,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동태찌개 완성.
어머니들의 손길을 거쳐 준비된 시골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밥맛이 돌았다. 냄새만 맡아도 시원한 동치미, 한 장 한 장 양념이 잘 벤 깻잎장아찌, 데치고 찢어서 갓 무쳐낸 배추 무침, 그리고 마을에서 담근 김장 포기김치까지.
“밥 먹고 가”라는 말씀에 우리는 서둘러 쟁반 하나씩 들었다. 밥상을 펴고, 수저를 올리고, 반찬 나르고, 밥 나르고. 입맛을 돋우는 동태찌개 냄새에 얼른 밥이 먹고 싶었나 보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누구랄 것도 없이, 정해진 당번 없이,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와 설거지를 하고, 뒷정리를 했다. 부엌 한 쪽에선 물 끓이는 소리가 나고 있고, 한 잔 한 잔 나열된 종이컵에는 믹스커피가 담겨 있었다. 뒷정리가 마무리될 즈음, 밥솥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잘 눌러있던 누룽지와 함께 믹스커피 한 잔씩 들고 따듯한 방 안으로 모였다. “커피도 마시고 가. 누룽지도 하나씩 잡어, 큰 거로 집어”라고 하시며 우리에게도 풍성풍성하게 계속 나눠주셨다. 고소한 누룽지를 오독오독 씹어가며, 어르신들과 마저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했던 시간을 마무리했다.
<한 해의 마무리, 마을총회>
2018년 12월 28일. 한 해를 마무리 지을 마을총회가 죽전마을회관에서 오전 11시에 열렸다. 거의 모든 마을 주민이 참석했고, 2018년 결산보고를 했다. 중요한 안건이 있다기보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연말에 밥 한 끼 나누어먹는 정겨운 시간을 보내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차린 음식으로는 떡국, 수육, 손 두부, 김치, 동치미, 인절미, 그리고 귤이 있었다. 음식은 하루 전날부터 부녀회와 노인회에서 준비했다고 한다. 겨울 동안 마을회관에서 늘 점심, 저녁식사를 해먹듯이 총회 날도 점심, 저녁식사를 차려서 같이 먹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