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마을 이야기] 장곡면 죽전마을
[홍성군 마을 이야기] 장곡면 죽전마을
  • 임미성 기자
  • 승인 2021.10.18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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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마을회관 스케치|죽전마을 겨울나기

  2019년. 새해가 밝고, 며칠 지나지 않은 1월의 어느 날. 어르신들의 웃음소리를 따라 찾아가 죽전마을회관의 따뜻한 일상을 함께 나눠보았습니다. 
  ‘도란도란’ 할머니들과의 수다 시간
  “좋은 사람덜 골라서 사겨, 지끔덜 한창 연애할 적이여”
  #할머니들_시집온_이야기
  “나는 친정이 저기여. 저기 장례식장... 홍주 장례식장이라고 있어, 마온리. 거기서 나는 시집왔어, 가마 타고. 꽃가마 타고 왔는디(웃음), 동네 우리 집께 친정 남자덜, 동네 사람덜이... 마온리 사람덜이 그냥 그랬어, 떠밀고 왔어(가마를 들고 왔어). 닛(넷)이 이쪽 하나, 앞에서 둘, 뒤에서 둘, 그렇게 왔어. 스물셋 먹어서 왔어, 2월 달에. (고개 넘어서) 한참 왔지, 여기 가마 타고서.”
  - 김흥예(86세, 여)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늙었어, 여기가 본 고향이야. 그냥 먹고살기가 어려워서... 없어서 16살 먹어서 시집갔어(웃음). 그렇게 해갖고 가서래미, 요 건너로 갔어, 요 냇갈 건너로. 그랬어도 그때만 해도 하나 타동네 같았어. 먼 디 같았어. 거기 내막도 몰르고, 아무것도 몰랐지. 그런디 하루는, 우리 저기 오두막집에서 사는디, 집 앞에 논 있었잖아. 거기로 일허러 왔더라고. 그런디 그게 신랑 자리라고(웃음), 신랑 자리라고 허더라고. 그래갖고선 자꾸 쳐다보고 해도 난 물렀지, 나중에 그 소리를 허데, 신랑 자리라고. 나도 가마 타고 갔지(웃음), 요기서 거기. 그러니 16살 먹어서 데려다가 속만 썩였지, 시부모덜. 지끔은 애기 아니여. 옛날 사람들이 불쌍혀. 그때네는 하두 구엽고(귀하고), 얼마나 어려웠다고. 옷 같은 거니, 먹을 거니... 어려운 사람은 겁나게 어려웠어. 우리 클 때 그렁께 밥이나 하나 덜으라고 시집보내지. 아이고, 그 세상.”
  - 김난순(87세, 여)
  “원산도(에서 시집왔어). 섬, 섬이(섬에서). 옛날에 섬에서 육지로 오면 아주 크게 저기허는 줄 알어(웃음). 지금은 다 똑같에. 어항서 10분이면 가. 나는 스물 싯이(셋에) 시집왔는데, (아배랑) 둘이 동갑이었슈. (아배가) 공군 갔는디 선 보라고 허데(웃음). 그래서 결혼 했는디유, 나는 뭇 배고(못 배우고), 그이는 배웠으니께. 쪼끔 저기했더라고, 그때. 공군 가서 한 3년 저기 있었지요, 부산에가. 군대에 있어도 참 잘 있었슈. 돈도 잘 벌고요, 거기서도, 군대에서도. 군대 생활도 참 잘하고 있었지, 우리 아배가.”
  - 김금난(83세, 여)
  “좋은 때들 일세, 좋은 때여”
  #배움에_대한_아쉬움
  “나는 지금 생각하면 공부도 못하고, 핵교(학교)도 못 다녔어. 동생들 육남매 중에 내가 젤 큰 사람이거든. 엄마는 있어도, 엄마가 다른 저런 볼일 들고 밭 갈러 다니고, 농사 지니께(지으니까). 그러면 인제 동생들 업어 키우고, 빨래들하고. 하나도 공부도, 학교도 못 대녔어. 아이고 지금 같으면, 지금 태어났으면... 공부도 하나 못한 게 원망시럽고, 지금. 가수들 보면은, 공부 좀 나도 잘해서 가수들처럼 저렇게 하러 다녔으면 좋았겠다, 늙어가지고 그 맘이 들어가.”
  - 김흥예(86세, 여)
  “핵교가 다 뭐여(웃음). 조금만 들(덜) 늙었으면 이렇게 와서 공부 좀 가르쳐 달라고 하겠어. 배우고 싶어. 지금 텔레비전서 보면 노인네들 월마나(얼마나) 공부허고, 대학교 가서 공부하고 했샀드만. 그렇게 배우고 싶어, 지금도. 지금이라도 누가 가르친다 그러면. 나 저기 장곡 복지 회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요일마다 대니라고(다니라고) 해서 대녔어. 근데 거기서... 그니께 치매 예방하라고 뭐 이런 거(손가락 박수) 막 시키고, 복지 이런 거 하고, 그런 거 하는건가벼. 그런걸랑 그만 가르치고 공부나 가르쳤으면 좋겠어. 꽃 같은 거 가지고 와서 뽑으라고, 뭐 맨들으라고 그런 거 만드더먼 그래, 복지 회관에서. 받침이 이렇게 있으면, 글씨라고 받침이 있으면 난 읽지를 못해. 남부끄럽지, 남부끄러. 공부 못해서 남부끄러.”
  - 김난순(87세,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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