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곡면 광성2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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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미성 기자
  • 승인 2021.10.01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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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참뱅이 한상분 씨의 호미

  한상분 82세 / 서부면 남당리 출신
  시래기가 곳곳에 걸려있는 길을 따라 참뱅이 마을회관을 지나면 농구골대가 서있는 정겨운 집 한 채가 보인다. 따뜻한 가을볕이 드는 집 앞에서 콩 털기가 한창이다. 슬며시 다가가 잠깐 이야기 나눌 수 있냐는 말에 한상분 씨는 일은 입으로 안 허고, 손으로 허니께 얼마든지 물어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광성2리에 언제 오셨나요?
  “제가 22살 무술년에 시집을 왔어요. 이 집에 온지 61년 됐네요. 옛날엔 시집살이만 허구 집이서 일만 죽게 했죠. 애들 핵교 가르칠 때 학비대고 그러느라 평생 고사리가 뭔지도 몰랐는데 고사리도 꺾으러 대니고요. 여기 고사리가 많았냐고유? 예. 근디, 산에 불이 나면 더 많아져유. 30년 정도 전에 오서산에 불이 났었어유. 누가 논뚝이다가 불을 놨는데 산으로 타올라가서 그랬쥬. 직금은 뭐 비행기가 끄고 그러지만, 옛날엔 사람 손이로 직접 끄는데 무슨 재주로 그 넓은 산을 꺼유. 애만 쓰는 거지. 아무튼 불을 어찌저찌 겨우 끄고 났는데 그 자리에 고사리가 나 갖고들 동네 사람들이 고사리를 꺾어 오드라고요. 나도 따라가서 고사리 꺾어 날랐지. 고사리가 많이 났었더라구유. 신기하지 않아요? 산이 타니께 재가 남아서 그런가 고사리가 잘 나드라고.”
  ◇농기구들은 어디서 나셨나요?
  “원래는 이 집에 있던 것들을 많이 썼지. 고장나고 새로 사야 하는 것들은 우리 마을에서 제일 가까운 장이 광천장이라 대부분 광천장에서 샀쥬. 광천 철물점에 가면 농기구들이 잔뜩유.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쓰는 애들은 오래 됐지. 옛날거야. 정말 옛날 옛날에 산 거죠. 제일 최근에 산 애가 10년? 15년은 됐어. 물지게 같은 것도 다 옛날부터 대물려서 내려온 거지. 시할아버지적부텀. 할아버지가 나 시집오니께 구부리고 지고서 물 주드라고.”
  ◇깨 터는 농기구가 특이하네요. 직접 만드신 건가요?
  “하하, 이게 내가 만든 건 아니고 우리 남편도 손재주가 없어서 이런 건 못 만들어. 이 도루깨도리깨는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었어. 질긴 나무, 물푸레나무로. 요령껏 쪄다가 만들었지. 오서산에서 물푸레나무를 베어서 나무를 반뜻하게 쪄서 만들어. 나무 자른 걸 반뜻하게 잡아서 구부러지게 해. 하나가 아니라 반뜻하게 여러 개를. 지금은 누가 만들어서 써요. 장에서 사다가 하지.”
  ◇특별히 애정이 가는 농기구가 있나요?
  “나는 이 손이지 뭐. 손 말고? 호미지. 호미를 제일 많이 써. 호미로 자주 메니까. 여기 호미 뭐 걸어놨잖아요. 그래도 호미들 중에 이놈을 제일 많이 쓰지. 제일 큰 놈을. 손에 아주 착 감겨. 호미 말고 또 애도 좋아. 여물소스랑. 여물 저을 때 썼는디, 지금은 누가 여물 하나 모르겠네. 이 소스랑도 한 40년 됐을 걸? 우리가 소를 안 맥인지도 한 20년 끝 될 거여. 소 안 맥인 후로는 밭 같은 거 팔 때 썼어.”
  한상분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날이 저물어 버렸다. 한상분 씨의 호미에는 계절과 자연의 변화에 맞춰 농사를 짓고 일상을 꾸리는 삶이 그려져 있다.

증조할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도리깨. 근처 오서산에 올라가 물푸레나무를 베어서 만들었다.
증조할아버지가 직접 만드신 도리깨. 근처 오서산에 올라가 물푸레나무를 베어서 만들었다.

[출처] 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블로그|작성자 홍성군 청년마을조사단(남지현,김미화,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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