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곡면 광성2리마을
장곡면 광성2리마을
  • 투데이충남
  • 승인 2021.09.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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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참뱅이 박상순 씨의 캐는 것과 호미

  박상순 89세 / 청양 출신
  유난히 환하게 웃는 얼굴이 눈에 띄는 박상순 씨를 만났다. 논밭 갈아 9남매 키워 학교 보내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농사짓기 어려워 다 남에게 주었다. 집 앞의 밭과 소집으로 쓰던 창고, 요것만 가지고 산다는 마을 최고령 박상순 씨의 집에는 어떤 농기구들이 남아 있을까?
  광성2리마을에 사신 지 얼마나 되셨나?
  오래 살았지. 청양 구봉산에서 스무 살에 시집왔으니까... 내가 지금 89살인데 몇 년 됐나? 69년 됐네!
  광성2리마을에서 근 70년을 사셨다. 어떠셨는지?
  나? 좋았지. 뭐. 하하. 전에는 마을에서 놀러도 다니고 했는데 지금은 늙어서 못 가네. 전에는 여자들끼리 놀러 다니는 계모임도 있었어. 한창 놀러가기 좋을 때, 내가 한 오십쯤 먹었을 땔겨. 애기들 다 키워 놓고 우리네도 이제 좀 놀자 허구서 각자 돈 모여 갖구서 놀러 다녔지. 가까운 곳도 가고 먼 곳도 가고. 광성 사는 여자들, 들고 싶은 사람은 다 들었어. 1구, 2구, 3구. 다 모여서 놀러가는 거야. 먼 곳은 버스 타고, 기차 타고 갔지. 그거 타러 여기서 광천까지 걸어갔어. 밥이랑 반찬 이구서 저기 저 안골 고개로, 서낭댕이로 넘어갔지. 가다가 힘들면 저 비산 모이비산에 있는 산소에서 쉬어 갔어. 저기 대천 갯바다로 모래찜질 허러도 가고. 재밌게 허고 살었지. 서너 달에 한 번 모였어. 할아버지들이 우덜 데꼬 다니기도 허고. 그러다 계모임 사람들이 따로 살게 되고, 죽고 어쩌구 혀서 흩어지니께 점점 모임을 안 허게 됐지.
  농기구들이 많다. 요즘에도 고루고루 사용하시나?
  논일은 할아버지가 주로 했고 나는 밭일을 주로 허니께 논일 허는 것들은 요즘엔 안 쓰지. 옛날 생각하느라 안 버리고 다 저장해 놨어. 우리가 이러커구 살았다는 표시로 다 놔뒀지. 보면 옛날 생각나. 일 많이 했어. 여기서 안골 넘어가는데, 서낭댕이. 서낭 있는 디께가 우리 밭이어서 애들 학교 댕겨 오며는 애들 데꼬 할아버지랑 거기 가서 밭 매고 혔지. 그렇게 논 갈고 밭 갈아서 번 돈으로 밭 사고, 집 사고 한겨. 저 토리라는 산도 샀는데, 할아버지는 거기 묻혀 있어.
  주로 쓰시는 농기구는 무엇인가?
자주 쓰는 건 나 쓰는 대로지만 이 세 개를 제일 많이 쓰지. 얘는 뭐 캐낼 때 쓰는데, 마늘도 캐고, 뿌리 할 늠도 캐고. 무릇*도 많이 캐 먹었지. 이 빼족한 호미는 풀 맬 때 쓰고, 넓적한 호미는 풀 득득 긁을 때랑 두둑 만들 때 쓰는디 아주 좋아. 자루는 나무잖어. 그래서 망가지면 갈고, 갈고. 한 40년 쓴 것 같아. *백합과의 식물로 산소 주변에서 많이 자란다. 마늘처럼 생긴 구근이 달아 곤궁기에 많이 캐 먹었다.
  박상순 씨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다 보니 어느새 저녁 찬바람이 불어 온다. 이제 가보겠다 하니 집에 가져가 마음 가는대로 요리해 먹으라고 배추며 아욱이며 감이며 바리바리 챙겨 주신다.
  “그래두 좋으네. 
  이렇게 와서 얘기해 주고 하니께 나 안 심심하고 좋네. 
  내일 회관에서 체조할 때 박수치고 뭐 하나봐. 
  내일 거기서 봐유.”
  따뜻한 배추 아욱 된장국 끓여 먹고 내일 다시 광성2리마을에 찾아올 생각을 하니 두둥실 마음이 즐거워진다. 내일은 또 어떤 분을 만나게 될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절구공이까지 가지런히  걸려 있는 박상순 씨 댁.

[출처] 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블로그|작성자 홍성군 청년마을조사단(남지현,김미화,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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