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마을 이야기] 장곡면 월계1리(4)
[홍성군 마을 이야기] 장곡면 월계1리(4)
  • 투데이충남
  • 승인 2021.09.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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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정 나누고

  “원제 담글라나. 일요일 날 담궈야나.” 
  가을 타작의 끝자락, 어느덧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찬바람이 스산히 부는 11월의 월계1리. 어르신들은 겨우내 먹을 김장 준비로 저마다 빨간 대야에 배추 포기를 절여두고 바람이 잘 드는 곳, 빨랫줄에 무청을 널어둔다.
  주말에 자식들이 온다는 소식에 부지런히 밭에서 배추와 무를 뽑아 미리 준비한다. 어느덧 갖가지 속 재료를 심었던 밭은 빈자리가 되어 김장 준비가 시작되었음을 보여 준다.
  무 뽑고 갓 뽑고 쪽파 다듬고 저마다 재료 손질
부지런히 김장에 넣을 속 재료 준비로 파와 양파를 다듬고 채소를 씻으며 주말에 올 자식들을 기다린다.
  주말에 우리 자손들이 오야니께  (이정순, 86세)
  부모님이 힘들게 김장할 걱정에 주말에 가겠다며 먼저 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자식들의 전화. 하지만 어르신들은 멀리서 올 자식 걱정에 미리 배추를 절여두고 채소를 다듬어 김장 준비에 한창이다.
빨갛게 양념을 더해 어울리는 맛으로
  절인 배춧잎에 어르신들의 손맛이 더해졌다. 푸르던 배춧잎은 빨갛게 물들고 알맞게 익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어르신들의 배추김치와 총각김치가 밥상 위로 올라올 날을 기다리며 차곡차곡 담겨 냉장고 속으로 들어간다.
  한번 먹어봐, 맛이 어뗘? (김연자, 62세)
  하얗던 배추와 무는 어느덧 빨갛게 물들고 숨이 죽어 간이 맛있게 배이고 있다. 김연자님과 이군자님이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먹어보라고 조사단에게 직접 맛 보여 주셨다. 김치를 손수 찢어 입에 넣어주시는 어르신들.
  마을회관에 파란 김장 통을 들고 찾아온 월계1리의 새 식구들
  아이 그이들 열심히들 해오네, 연휴 때도 반찬 해오고. 
  (박순이, 83세)
  몇 년 전 월계1리에 귀농하신 연계희님과 박정자님, 박춘월님. 마을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마음 쓰는 모습에 어르신들의 칭찬이 끊이질 않는다.
  마을의 새 이웃들은 건강체조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침부터 직접 만드신 김치를 담아 마을회관에 가져왔다.
  체조 끝나시고 점심 드실 시간 딱 됐겠다. 
  해서 시간 맞춰서 김치 갖다 주러 간 거지. (연계희, 65세)
  아직도 김장거리가 많이 쌓여 있다는 연계희님댁을 찾아가 보니 여전히 다음 김장 준비가 한창이다.
월계1리 김장 대소동
  11월 24일은 월계1리 마을 김장하는 날! 이제 마지막 남은 김장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먹을 마을 김장이다. 김장에 들어갈 파, 마늘, 쪽파가 회관 입구에서 손질을 기다리고 있다. 안에서는 마을 김장과 더불어 김장이 끝나고 함께 먹을 수육 이야기로 열띤 토론이 한창이다.
  “보쌈 먹어야지.” (최춘하, 74세)
  “아 삶아먹어야지.” (박순이, 83세)
  “고기 좀 많이 사라고 그래. 두 근 갔고 안돼. 그래도 한 다섯 근은 사서 먹고 남으면 여기다 놨다가 먹으면 되니깐. 다섯 근은 사야지 인원이 몇 명인데.” (오우식, 60세)
  주말에 진행될 마을 김장 얘기와 점심으로 함께 드실 수육 얘기에 장난 섞인 농담을 섞어가며 유쾌하게 김장 준비를 한다. 주말 아침에 시작하면 점심 무렵 김장이 끝날 것이다. 김장 후에 먹는 보쌈은 기막히게 맛있다. 보쌈고기 푸짐하게 준비해서 갓 담은 김치에 싸 먹으면 김장이 끝나는 것이다. 
  월계1리 남녀노소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모여 손맛 나게, 맛깔나게 김치를 버무린다. 어르신의 손맛이 담겨 있는 김치가 하나둘 쌓인다. 월계1리 새 식구들의 김치가 한편에 더해져 풍성해진 마을 김치. 식사 자리에 알맞게 잘 익은 김치가 올라올 날을 기다리며 완성된 김치가 차곡차곡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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