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9로탄]63회/ 9장 북관의 자객 (7)
[연재소설 19로탄]63회/ 9장 북관의 자객 (7)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7.06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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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는 거처를 다시 김명세의 뒷채로 옮겼다. 양천봉이 아무리 영향력이 있다 해도 국법에 연관된 김려의 행동반경을 관과 대적하며 고집(?)을 피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수시로 드나드는 양천봉 때문에 김명세의 패악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부령 관내에서 또 한건의 사건이 발생한다. 보천역 찰방이 칼을 맞고 죽은 것이었다.

"어느 놈이 장난 아닌데요?"

양천봉이 김려의 방으로 찾아와 보천역 찰방 사건을 알리며 몸을 떠는 시늉을 했다.

"찰방이 또 당했단 말인가?"

"그렇다네요. 형님  저까지 으스스 한데요."

"왜? 자네도 죄 지은 거 있나?"

"하하 죄야 저도 많이 졌지요."

"그 작자도 몰이배겠지?"

김려가 죽은 찰방을 지적했다.

" 찰방요?"

"그렇네."

"아전배나 관원들 중 몰이배 아닌 놈들 있습니까? 보천역 찰방 그놈은 부임해 오던 날부터 민폐가 자심한 놈이었습니다."

찰방이란 관직은 종6품관직으로 음서나 천거로 관직에 나온 자들이 부임하는 자리로서 역과 원 그리고 지역 도로를 관리하는 자리다. 오늘날로 치면 지역의 역장 우체국장에 도로공사관리 업무를 모아 놓은 자리라 할 수 있다.

조선의 찰방은 작은 고을의 현감과 동급으로 업무는 한직이면서도 녹봉이 많은 편이라 관원들 사이에는 휴양지 같은 인식이 있었다. 조선의 박제가 정약용 이중환 등 저명한 역사상의 인물들도 모두 찰방직을 역임한 바 있다.

"왔다카이?"

"엉?"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며 김명세가 썩은 앞니를 들어내며 말했다.

"천봉이 니레 찰방 죽인 거 아니간?"

"흐흐 미친놈? 그런데 찰방 죽인 자객 그놈은 사람을 잘못 집은 거 같다?"

"무시길 잘못 집었다하니?"

"명세 니놈을 담구지 않고 엉뚱한 놈들만 담구고 다니니 하는 말 아니니?"

"이 간나 뭐라카이?"

"아하하하 !"

양천봉이 앙앙불락 하는 김명세를 놀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다음의 김명세의 발언이 급반전을 만들었다.

"흐흐 천봉이 그리 즐거워 할 일 아니다카이. 니레 수하 중에 바둑쟁이 그 간나를 잡아다 놨다이."

"뭐라고?"

"형방의 옥사에 있다카이. 간밤에 엮어다 놨다카이."

"무슨 죄로?"

양천봉과 김려가 동시에 물었다. 김명세의 말이 뜻밖이었다.

"노름이다카이. 놈이 둘네네 주막에서 바둑노름을 했다카이, 판돈 삼백냥을 물증으로 압수 했다카이. 흐흐."

"......?"

"왜? 어수선하냐카이? "

양천봉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부령에 모였던 수하들이 아직 해산을 하지 않고 엉뚱한 일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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