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9로탄]60회/ 9장 북관의 자객 (4)
[연재소설 19로탄]60회/ 9장 북관의 자객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7.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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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의 지시를 받은 위서방이 간찰 두 통을 들고 부령을 떠난 날 죽은 공방의 부검을 마친 부령관아는 부사(府使)의 지휘 아래 본격적으로 사건수사에 나섰다. 부사의 전권을 위임받은 형방 '유인태'는 사건이 일어난 날 천영각에 있었던 모든 왈짜들의 개인 무기 검색을 요구했고 양천봉은 그 요구에 응했다.

천영각에 왈짜들이 모여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시를 해오던 김명세의 정보를 토대로 왈짜들의 현장부재증명을 요구하는 관의 요구를 양천봉도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무기를 검색하여 혐의 없음을 증명하라."

부사의 서슬퍼런 명을 받은 형방은 형리들을 몰고와 30여 명의 왈짜들의 무기들을 모아 혈흔 반응을 검색했다. 오늘날의 과학수사로 따지면 루미놀 반응인 셈이다. 루미놀 반응은 현대 과학수사의 기본 수사로 살인 현장에서 사용된 무기류와 기타 물품에 묻은 피의 흔적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조선시대에도 이런 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수사지침서인 '중수무원록'이 있다.
살인사건에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무기류가 발견되었다. 칼 또는 낫 등이겠다.  먼저 수집된 무기류를 숯불에 달군다. 그리고 그 위에 고농도의 초(醋)를 붓는다. 무기류를 아무리 물로 씻어냈다 해도 이 작업에 혈흔이 반응을 한다.


고초액은 '초산'이다. 초산에는 '티오시안나트륨'이 얼마간 들어가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루미놀 시약도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양천봉이 토설 하는 게 좋지 안캇니?"

"뭐라고?"

"검색에서 살인 시파리로 확인되면 천봉이 니레 쪽팔리지 안캇니?"

김명세가 양천봉의 얼굴(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양천봉의 심기를 자극하는 발언이었다.

"흐흐 명세? 내가 그리 허전한 사람으로 보이니? 니깟놈에게 쪽이 팔리게?"

"천봉이  살인에 쓰인  시파리가 나오고도 그런 이바구 까는지 보자이?"

"명세?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니놈부터 칠성판 메는 줄 알아?"

"뭐라카나?"

"흐흐 칠성판 메준다고 했다."

양천봉이 김명세의 등짝을 치며 말했다.

"뭐라?"

"우리는 공방일과 아무런 관련 없다. 그러나 만일 그런 일이 생겨 관의 추포를 당한다면 니놈부터 고태골 갈 줄 알아라 그 말이야. 흐흐."

"......?"

"왜 간이 오그라드니?  드런 놈 ..."

양천봉이 김명세이 발앞에 침을 뱉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김려와 연희가 앉아 있었다.

"어찌 되었나?"

김려가 먼저 물었다.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형님 걱정할 거 없습니다. 금방 끝날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연보살 과방이 엉망이 되어 어찌하오?"

김려가 연희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형방이 혈흔반응을 검색하는 장소가 천영각의 과방(주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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