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9로탄]59회/ 9장 북관의 자객 (3)
[연재소설 19로탄]59회/ 9장 북관의 자객 (3)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6.30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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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은 몰이배라 할 만 하죠."

'.... ...?'

연희는 더이상의 말을 아꼈다. 몰이배란 말은 불한당과 같은 말이다. 다만 공무를 수행하는 아전류 중 치부에 몰두하는 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몰이배라?"

"다 하셨는지요?"

연희가 물었다.

"그렇소."

김려가 상을 물린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위서방이 들어왔다.

"나으리?"

"오, 어디를 쏘다니다 오나? 그러다 탈나려고?"

"저잣거리가 소란스럽습니다."

"살인사건 때문인가?"

"공방이 죽었답니다.  읍사람들이 일지매에 당했다며 수근거리더군요."

김려는 깜짝 놀랐다. 위서방의 마지막 말은 놀라운 것이었다.

"뭐라? 일지매?"

"네 거기다 사람들은...."

위서방이 말을 하려다 멈췄다. 연희 때문인 듯했다.

"호호 말하시게. 양기위를 운운한 게지?"

연희가 자리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었다. 부령의 천영각에 북관의 협객을 자처하는 무리들이 수십 명이 모여든 날의 밤에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던 아전이 살해를 당한 것이다.

"아우가 곤란하겠구료?"

김려가 장죽에 담배를 재며 말했다. 연희가 불심지에서 불을 꺼내 장죽 끝에 댔다. 담배잎 타는 냄새가 방안을 진동했다.

"호호 풍운의 사내가 바람 잘 날 있을까요? 다 지나가는 바람이지요."

"지나가는 바람이라...."

"양기위가 돌아올 시간까지 바둑 한판 하시려는지요?"

연희가 말했다.

"누구하고 말인가?"

"저하고요."

"바둑을 아시요?"

"호호 그 말씀은 북관의 기녀를 무시하는 말씀이지요. 금기서화를 모르는 기녀가 조선의 기녀라 할 수 있을까요?"

"하하 그 말은 맞소."

김려는 연희의 말을 듣고 호탕하게 웃었다. 김려는 연희에게서 금기서화(琴碁書畵)라는 말을 듣고 양평에서 만났던 박제가를 떠올렸다.

"하하 담정, 자고로 사내가 금기서화를 모른다면 사내라 하겠소?"

김려는 박제가는 만날 때마다 그 소리를 들었었다. 김려는 시와 바둑에 장점이 있었으나 박제가는 시와 바둑 거기다 음악과 서황에도 일가견을 갖고 있었다. 박제가는 팔능(八能)이었다.

"영평에 간찰 한통 보낼 수 있겠소?"

김려가 바둑기물을 늘어놓고 있는 연희에게 물었다.

"한양집에 소식을 전하려고요? 위서방을 보내면 되겠지요?"

"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위서방?"

김려는 연희가 펼쳐놓은 바둑대신 위성방을 불렀다. 영평에 소식을 전할 때 한양 집까지 위서방을 보낼 참이었다. 수중에는 마침 박제가가 준 어음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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