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9로탄]58회/ 9장 북관의 자객 (2)
[연재소설 19로탄]58회/ 9장 북관의 자객 (2)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6.29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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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봉은 세상에 당장 종말이 온다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의 배포의 소유자였다. 양천봉은 느긋하기만 했다. 김려는 양천봉이 부령 일대의 한다하는 토호들보다도 영향력이 강하는 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한편으로 안심도 되었다. 야차 같은 김명세의 닥달과 그 뒤에 웅크리고 있는 관의 매서운 탄압에 바람 앞의 촛불같은 자신의 처지에서 양천봉은 비빌 언덕이었다.

"형님, 아침 하시죠?"

"오, 그러세나."

양천봉이 아침 겸 점심으로 나온 밥상을 보고 김려에게 권했다. 옆자리에 연희가 와 수발을 들었다. 따뜻한 쌀밥에 쇠고깃국 거기다 몇가지 반찬이 놓인 정갈한 밥상이었다.

"입맛에 맞으실려는지요?"

연희가 김려의 수저 위에 반찬을 올려주며 물었다. 작고 낭랑한 목소리였다.

"하하, 어디 맛을 따지겠소?"

김려는 황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김려의 말에 양천봉과 연희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때 키가 장대같이 큰 사내가 들어 왔다. '당개'라 불리는 사내였다.

"들어갑세?"

"뭐냐?"

양천봉이 불시에 방문한 당개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당개의 표정은 급한 사안을 말했다.

"간밤에 공방이 식었다카이."

"뭐야? 어찌?"

"시파리에 맞았다캅세."

"끄응...."

양천봉은 들고 있던 수저를 밥상 위에 내려 놓았다. 당개가 말을 이었다.

"관에서 대사산이를 비롯한 우리 패당을 의심한다카이. 어쩜둥?"

당개가 내뱉는 말은 검계에서 사용하는 은어였다. 당개는 부령 검계의 두령으로 양천봉의 수하를 자처하고 들어온 인물이었다.

시파리(칼) 식다(죽다) 대사산이(두목) 등의 은어는 오늘날 무당들이 사용하는 은어 속에 남아있다. 쪽(얼굴) 짜생(기생) 서삼통(입) 앵두(눈물) 벽거리(옷) 디딤(신발) 뽁(여음) 등이 그것으로 60년대까지 건달이나 쓰리꾼들의 세계에 통용되던 은어들이다.

"누가 저지른 게야? 혹시...?"

양천봉이 당개를 바라보며 물었다. 양천봉은 눈발에 핏발이 설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아니라카이. 내레 부령에 온 간나들 모두를 점고를 했지 않았음둥. 아니라카이."

"확실한가?"

"그렇다카이."

"당개, 오비이락이다이. 일어나라."

양천봉은 김려에게 인사를 한 후 당개를 앞세우고 방을 나갔다. 자신의 부하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안이 미묘했다.

"드세요."

"...... ."

김려가 덩달아 걱정을 하자 연희가 말했다. 침착한 여자였다.

"잘못한 게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지요. 자 어서..."

"물 좀 마시고요."

"어머 내 정신좀 봐."

연희는 슝늉대접을 김려에게 주었다. 김려는 물을 한모금 마시고 물었다.

"공방은 어떤 자요?"

김려가 자객의 칼을 받고 죽었다는 공방을 물었다. 공방은 조선 관아의 '육방권속'의 하나로 부령관아의 건설 토목 수방사업을 총괄하는 아전의 책임자로서 오늘날로 치면 군청의 건설(도시 산업)과장이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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