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활의 빛, K-문화의 힘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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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용현 기자
  • 승인 2021.06.14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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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근현대미술사의 작품들..이건희 컬렉션
한국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코로나에 지친 국민의 눈과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관광의 힘

‘이건희 컬렉션’은 1930년 이전 출생한 근대 작가의 작품이 약 860점으로 기증품의 면면이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 미술관 소장품 목록에서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고 있어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기증한 미술품 세부 내용, ‘이건희 컬렉션’으로 공식 명명된 기증품들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 외국 근대 작가 8명의 작품 119점 등 총 1,488점이다. 

이번 기증 작품들을 살펴보면, 먼저 청 전 이상범이 1922년에 그린 158.6x390㎝ 크기의 대작 ‘무릉도원도’. 조선의 마지막 도화서 화원인 안중식과 조석진을 스승으로 왕실이 후원한 서화미술원에서 그림을 배운 청전 이상범은 25세의 젊은 나이에 창덕궁 경훈각의 궁중 벽화를 의뢰받았다. 국가등록문화재 제245호로 지정된 ‘삼선관파도’다. 이 그림으로 명성을 얻은 청전에게 후원자 이상필이 작품을 의뢰해 같은 화풍의 청록산수화를 1922년 완성했으니 폭 390㎝의 대작 ‘무릉도원도’다. 그간 소문으로만 존재가 알려졌던 작품이 100년 만에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 됐다. 존재만 전할 뿐 공개적으로 전시된 적 없는 이 작품이 고(故)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의 수집 미술품 중 하나로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제작된 지 약 100년 만에 작품을 확인한 미술관 측의 관계자는 최고급 재료를 써서 최상의 작가 기량을 발휘해 제작된 작품으로 왕실 그림에 맞먹는 격조와 과감하고 아름다운 색채가 감탄을 자아낸다고 전했다. 

청전 이상범의 고향은 우리 충남의 공주시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과 함께 도쿄여자미술학교에서 공부한 1세대 화가이며 이중섭의 그림 선생이기도 한 백남순(1904~1994)의 작품 ‘낙원’은 귀한 기증품으로 한국의 무릉도원 전통과 서양의 고전적 화법이 묘하게 결합된 그림이다. 그의 작품이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다 사라진 탓에 국내 현존하는 유일한 1930년대 백남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근대문화재로 지정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다음으로는 이중섭 작품이 104점으로, 기증작 ‘황소’는 이중섭이 1954년 통영 시절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인데, 또 다른 기증작인 이중섭의 ‘흰 소’는 현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 5점의 흰 소 중 하나인 희귀작으로서 1972년의 전시, 1975년 출판물에 등장한 것을 끝으로 행방이 묘연했다가 이번 기증을 통해 새롭게 세상 빛을 보게 됐다.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를 소에 빗대 그려온 화가 이중섭에게 특히 흰 소는 백의민족을 상징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절정기 대표작인 전면 점화, 1973년에 그린 푸른색 전면점화 ‘산울림 19-II-73#307’ 작품과 김환기의 1950년대 작품이자 281×568㎝의 대작 ‘여인들과 항아리’와 “대표작 중 가장 큰 동시에 여인과 백자 항아리, 사슴, 매화 등 ‘서양화 붓을 든 문인화가’ 김환기가 즐겨 그리던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담겨 있다고 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장 기증 미술품 가운데 MMCA에 기증된 1488점(1226건) 중 주요 작품, 한국화로는 ‘무릉도원도’에 이어 운보 김기창의 역동적인 필력이 최고조에 달한 ‘군마도’(1955)와 일제 강점기 금강산에 숨어 살며 스케치 작업에 몰두하던 소정 변관식이 금강산의 비경을 농익은 솜씨로 그린 ‘금강산 구룡폭’(1960년대)이 눈에 띈다. 

근현대 그림 중 ‘화녕전작약’(1930년대)은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문인이었던 나혜석이 수원 고향집 화녕전 앞에 핀 작약을 그린 작품으로 많은 그림을 남겼지만 대부분 소실된 상황에서, 진위를 따질 때 기준으로 삼는 귀한 자료다. 나혜석처럼 도쿄여자미술학교를 나와 파리 유학까지 다녀온 백남순은 평안북도 정주의 오산고보에서 미술 교사로 있으면서 이중섭 등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그가 한국의 무릉도원과 서양의 아르카디아 전통을 접목해 그린 ‘낙원’(1937)은 30년대 백남순의 유일한 작품이다. 

또 이 외에도 한동안 금강산에 은둔하며 수려한 경관을 그렸던 소정 변관식의 ‘금강산 구룡폭’, 운보 김기창의 ‘군마도’, 장욱진의 초기작을 대표하는 ‘공기놀이’ 등이 미술관 품에 안겼다.

이번에 MMCA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은 한국 근현대 작가의 경우 238명의 작품 1369점에 이르게 되어 MMCA의 근대미술 컬렉션이 질적·양적으로 크게 도약하는 기회가 되었다. 

MMCA는 오는 8월 서울관에서 ‘이건희컬렉션 1부: 근대명품’을 시작으로 ‘2부: 해외거장’(12월), ‘3부: 이중섭 특별전’(2022년 3월)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은 오는 7월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한국미, 어제와 오늘’ 전에 도상봉의 회화 등 일부 작품이 첫선을 보이고, 이어 8월 서울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명품’전을 통해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이 전시되고, 12월에는 2부로 해외 거장전이 마련돼 모네·르누아르·피카소 등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리하면 ‘이건희컬렉션’이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해 평생 수집한 미술품을 국민의 품으로 보내준 고인과 유족의 정신을 이제 온 국민이 관람하고 기릴 수 있는 품격높은 예술관광의 기회를 갖게 될 예정이 잡혀있다. 

이는 국민을 위한 예술치유의 기쁨이자, 국민을 위한 선한 행위의 실천이며, 국가와 국민의 문화의식을 한 단계 높여 놓는 기회의 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독립운동가이신 백범 김구선생이 소원하는 높은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나라, 문화 한국으로 가는 길에 ‘이건희컬렉션’이 한줄기 K-문화의 빛이 되고 있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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