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9로탄] 44회/ 7장 협객이 사는 법 (2)
[연재소설 19로탄] 44회/ 7장 협객이 사는 법 (2)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6.09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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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가 양천봉을 만나 통성명을 하고 형 동생이 된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양천봉은 박제가의 서찰을 접하는 순간부터 김려를 형님으로 받들어 모셨다. 호연지기로 철갑(?)을 두른 양천봉은 김려의 풍부한 학식과 높은 수준의 문학을 접하고 더욱 감동을 하며 충심을 다했다.

그들은 당대의 문무의 영웅이었다. 그들의 만남의 자리에 관북의 명기 '연희'가 증인을 서고 축하의 노래를 부르니 그 밤이 결코 길 수 없었다. 몇 순배의 술상이 바뀌고 노래가 몇 곡 더해지니 동쪽 하늘에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날래 나오라카이!"

"......?"

해가 붉은 기운을 떨치고 밤이 하늘 속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더니 천영각의 대문이 부서질 듯 흔들거리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문을 열고 죄인은 앞으로 나오라카이!"

"행수...관의 군졸들이 떼거리로 나왔다이. 어쩔껌메?"

부억일을 돌보던 할멈이 달려와 연희에게 하소연을 했다. 할멈의 손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어마이 무슨 일이라죠?"

"그게 저..."

연희가 늙은 할멈에게 물었다. 양천봉이 그때 나섰다.

"흐흐. 형님 알만합니다."

"알만하다니?"

"명세 그 인간이 또 장난을 치는 게지요. 제가 나가 돌려보내겠습니다."

"어찌하려고?"

"말로 안되면 주먹으로 내쳐야지요."

양천봉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한달음에 대문 앞에 섰다.

"문열라우?"

밖에서는 대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떨었다. 대문짝이 부서질 듯했다. 양천봉이 빗장을 갑자기 열자 군졸들이 안으로 쏟아지며 나뒹굴었다.

"열었다."

"으악!"

"아이고....."

"문 열라며? 흐흐. 이것들 뭐하는 거야?"

양천봉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희극적인 장면이었다. 말등 위에 앉아 있던 김명세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흐흐. 관졸들이 모양새 안나네..."

양천봉이 먼지라도 털 듯 손바닥을 털며 조소를 날렸다. 군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궁시렁 거렸다. 그러나 상대가 양천봉임을 알고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무시기 일을 하니? 안에 들어가 역도를 포박하지 않고?"

김명세가 군졸들을 닥달했다. 김려를 잡으러 온 모양이었다.

"역도? 니놈은 역도를 아무 곳이나 끌어다 붙이니? 유배온 분 술 한잔 대접한 게 죄라면 나부터 역도로 추포하라. 그리고 니들 한발짝이라도 안으로 들이밀면 바로 고태골로 직행하는 줄 알아라."

양천봉이 김명세와 군졸들을 동시에 경고했다. 군졸들은 아예 발을 옮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양천봉은 관북의 양산박의 두령이었다. 그의 밑으로 관북의 온갖 무뢰배들이 죽기살기로 모여 있었다. 백성들은 온갖 방법으로 갈취하며 무서울 게 없는 관북지방의 관원이나 아전 이솔배들이 무서워 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양천봉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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