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9로탄]35회/ 5장 하늘이 내린 건달 양천봉 (7)
[연재소설 19로탄]35회/ 5장 하늘이 내린 건달 양천봉 (7)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5.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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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여전히 반말 지꺼리를 늘어 놓는 김명세였다. 그의 뒤에는 좌수 '김이화'가 따라와 있었다. 부사 유상량이 보낸 모양이었다. 군왕의 어필을 김려가 갖고 있다는 말을 확인 차 온 것이었다.

"오냐. 넘어가고 말고."

"흐흐 뭐라카니?"

"밥이 잘 넘어간다 일렀다."

김려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김명세에게 대꾸를 하자 김이화가 나섰다.

"임자, 양반 말이 그이 뭐이간? 이 보라우?"

좌수도 김명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함경도는 유학과는 담을 쌓은 곳이었다. 양반도 타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곳이 그 곳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타도라면 꿈도 꾸지 못할 좌수 자리를 무뢰배에 불과한 김이화가 차고 앉은 이유였다.

"한 고을의 좌수의 말이 듣기 거북하오."

김려가 김이화에게 쏘아 부쳤다. 김려는 좌수에게 항의(?)를 하고 싶었다. 따지고 보면 김려도 노론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려의 부친도 몇몇 고을의 사또를 역임한 바 있다.

"거북해도 할 수 없다이. 봅세? 바둑판 내보기요?"

김이화가 군왕의 어필이 적힌 바둑판을 보기를 원했다. 부사 유상량도 그것이 보고 싶었을 것이다.

"안되오."

"무시기? 안된다 했숨둥?"

"성상의 사신을 사사롭게 염탄한 죄가 어떤 것인 줄 알 것이요. 내 이 일을 상세히 적어 상소할까 하오."

김려가 반발을 했다. 김명세가 끼어 든다.

"흐흐 상소? 그거이 한번 해보라카이? 부령에서 한양까지 삼천리 길이다이. 관이 협조를 안하면 무슨 수로 상소를 한양에 올린다카이?"

"이노움?"

"뭐시기?"

"이놈이라 했느니."

"흐흐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이? 죽고잡니 앙?"

김명세가 코웃음을 터트리며 김려를 조롱했다. 금방이라도 등짝을 후려칠 기세였다. 그때 마당으로 단신의 사내가 들어왔다.

"그 상소 내가 전해주지요. 한양길 칠팔 일이면 다녀올 수 있습니다."

단신에 가죽신을 신은 고운 사내였다. 그를 보자 김명세와 김이화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양천봉이 아님메?"

"내시놈이 아침밥을 싸래기로 먹었니?"

김명세의 말을 양천봉이 거칠게 받아 넘겼다. 평소의 그들 사이가 알만했다. 양천봉은 위서방의 서찰을 보자마자 달려온 모양이었다.

"양천봉이 니는 위아래가 없다카이?"

"위아래? 니놈은 조금 찌그러져 있어라. 형님께 인사좀 드려야겠다."

"뭐라카니?"

"형님 인사 받으시오!"

양천봉은 김명세와 김이화를 대수롭지 않게 대하며 무릎까지 빠질 정도의 눈 위에 엎드려 김려에게 큰절을 했다. 뜻밖의 모습이었다.

붉은 깃발을 골목길에 걸고

의에 살고 의에 죽자 맹서를 했네.

세상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말을 건넸지.

죽지는 않고 살고는 있는가 안부를 물었다네.

(紅旗牌仰出廬巷. 義死同生滿意閑. 向世中逢對面處. 不死生存問平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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