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149회/ 13장 사화일록(使和日錄) (5)
[연재소설 벽상검] 149회/ 13장 사화일록(使和日錄) (5)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3.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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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방수영'은 1884년 이미 17대본인방에 올라있던 당대의 명사였다. 수영은 어려서부터 탁발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바둑의 재능못지 않게 자신을 잘 다스려 주변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것은 물론 스스로 사람의 인품을 존중하는 자세를 지향하여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매한 인품의 소유자로 존중받는 인물이었다.

수영은 당시 역동적으로 이합집산 하던 일본바둑의 새로운 대안세력이던 '방원사'를 탈퇴하여 슈코(秀甫)와 대립하게 되는데 일본바둑의 양대 기둥이던 이 두사람의 갈등관계를 조정하고 화해시킨 사람이 고토쇼지로(後藤象二郞)였다.1886년에 있었던 일로 김옥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수영과 슈코의 갈등은 인간적인 갈등이 아니라 일본기단에서 벌어진 이익관계였던 탓에 이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이익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권력이나 재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안되는 일이었다. 더구나 김옥균은 슈코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김옥균이 수영과 슈코를 화해 시켰다는 말은 수영과의 돈독한 우정이 과장된 허언에 불과하다.

이말의 출처는 놀랍게도 안영일(安英一)이었다. 안영일은 일본바둑 저널리스트로 자신의 취재기에 출처 확인 없는 기사를 남기게 되는데 필자는  안영일의 개인적 생각으로 치부한다.

어쨋든 김옥균의 망명생활은 본인방수영들과의 바둑교류와 박영효의 반발을 부른 풍류(風流)의 몰두(?)였다. 풍류는 좋은말로 예능 문화생활이고 나뿐말로 타락에 가까운 말이다. 사실 풍류의 원뜻은 거문고 가야금 피리 북등으로 구성된 악단을 말한다. 악단을 펴놓고 춤과 노래를 즐긴다는 의미가 풍류인것이다.

물론 신라의 화랑도니 최치원이 만들었다는 풍류도라는 말이 없는것은 아니나 조선후기 특히 유행한 풍류의 의미는 타락한 인간군상들의 주색의 탐닉이라 말할수 있다. 김옥균이 빠진 풍류도 이것이다. 김옥균은 호색일대남(好色一代男)류의 문화가 존중(?) 받는 일본에서 마음껏 그 문화에 빠졌던듯 하다.

호색일대남은 이하다사이카루(井原西鶴)가 지은 소설로 1682년에 출간되어 전일본을 열광시킨 문제의 소설이다. 주인공 요노스케는 일생동안 3742명의 여자와 그리고 725명의 남자와 성관계를 갖은 호색남이다. 요노스케는 그것에도 만족을 못하고 60살이 되던해 호색호(好色號)라는 배를 타고 여인들만 사는 섬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의 책이다.

다소 엽기적인(?) 이 책은 일본사회에,  춘향전이자 심청전류의 고전이란 인식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영향력을 끼친다. 일본은 막부로 대변되는 정치와 종교인 불교까지도 '성애'에 관대한  열린 성문화의 나라였다. 이하사사이카루는 '남색대담'과 '세간의 속세'등 장정일이나 이원호를 능가하는 포로노소설을 연속 출간하여 17세기의 전업작가로 등장한다.

김옥균의 일본내의 엽색행각은 기록하지 않는것이 좋을듯 하다. 다만 좌절한 한 혁명가의 이탈적 행동이나 번뇌와 고민의 반동으로만 치부하기엔 심한면이 있었다는 정도만 피력하고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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