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147회/ 13장 사화일록(使和日錄) (3)
[연재소설 벽상검] 147회/ 13장 사화일록(使和日錄) (3)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3.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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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과 박영효의 일본 생활은 권토중래의 세월이기도 했으나 딱히 흩어진 세력을 다시 모아 조선조정을 바꾸는 정변의 연속성과는 관계가 먼 것이었다. 이들은 누가 뭐래도 갑신정변의 주인공이자 핵심이다. 그런 두 사람이 틈새가 벌어진 이유가 김옥균의 파락호 혐의(?)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정도 진실이었다. 박영효는 김옥균이 지나치게 여색을 탐하고 여흥과 바둑 등에 빠져 물색없이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박영효의 불만에 대해선, 가장 가깝게 김옥균의 곁에 있었던 사람이 바로 그인지라 신용할 수 있다. 동지이자 벗이 서슬 퍼렇던 이상을 버리고 타락하여 똥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충고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정상은 아닐 것이다.

김옥균과 박영효의 갈등관계를 가장 우려한 인물들이 후쿠자와와 도야마다. 이들은 '본인방수영' 등과 같은 당대의 최고의 명망가들을 내세워 화해에 나선다. 도야마가 이 두 사람의 화해에 그리 공을 들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현양사(玄洋社)가 꿈꾸던 원대한 야망을 위해서였다. 현양사의 역사를 기록한 현양사사(社史)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 현양사의 뜻은 일본의 정치투쟁에 있지 않고 정한(淸韓)에 있다. 정한에 뜻을 펴는 것, 바로 그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내국(일본)의 사정이 여의치 않고 복잡하여 더이상 두고 볼 수 없기에 때때로 내국의 활동을 펼치기도 한 것이다.

현양사는 단체의 강령으로 "조선, 청나라 등 대륙 활동을 목표로 세워진 단체"임을 공표할 정도로 당당하다. 자국내의 활동은 부수적인 것이란 것이다. 현양사가 일본의 대륙침략의 선두에 서서 격렬하고 모험적인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도야마 같은 인물 때문이다.

그런 도야마미쓰루가 끝까지 주목한 사람들이 김옥균과 박영효다. 도야마는 김옥균과 박영효를 조선 진출의 교두보이자 간첩으로 활용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 것이다. 도야마가 김옥균에게 소개해준 본인방수영은 김옥균을 만나자 마자 그의 학식과 재담에 빠졌고 본래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던 김옥균은 불세출의 바둑고수에 지인지감을 느껴 순식간에 친구(?)가 된다.

본인방수영은 격동의 일본바둑 시대에서 찾아보기 힘든 선민주의자다. 그는 바둑에서 일류로 군림하며 주변의 인간관계도 온통 일류로 채운 사람이다. 후쿠자와 도야마 등은 말할 것 없고 정재계의 최고의 인사들이 그의 지우, 또는 후원자였다.

그런 본인방수영이 김옥균에 빠진 것은 협객정신이었다. 김옥균이 풍운(風雲)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는 지사형(志士形)이란 인물상에 매료된 것이다. 그는 김옥균은 사형이라 했고 김옥균은 나의 스승이자 벗이다(吾師吾友)라 하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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