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142회/ 12장 유소사(兪召史) (10)
[연재소설 벽상검] 142회/ 12장 유소사(兪召史) (10)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3.22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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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우는 일본으로 김옥균을 찾아간다. 주일 조선영사와 중국 영사관이 움직여 그들의 만남을 주선한다. 김옥균은 홍종우를 만나 담박 호감을 표시한다. 두 사람은 개화주의자다. 개화당과 사대당으로 당은 갈려 있었으나 19세기말 우물안의 개구리에 불과했던 조선을 개국시키고 서양국가들처럼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선의 개화가 가장 큰 과제라는 것에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김옥균은 홍종우를 동지라 생각했다.

홍종우도 김옥균과의 대면을 통해 그가 인재라는 것을 알아보았으나 홍종우의 복심이 조선의 개화라는 대의보다 자신의 야망 성취라는 소리(小利)에 집착한 점이 문제였다. 역사는 이 두 사람의 개화인사의 인생행로를 극심한 엇박자로 만들며 비극을 초래한다.

대의와 소의.

이것이 김옥균과 홍종우를 역사상에서 대인과 소인으로 가른 기준이고 영웅과 간심의 상을 인식시킨 원인이다. 홍종우의 학식과 견문은 결코 김옥균에 뒤지지 않는다. 그는 몰락한 홍씨 가문의 후손으로 본인 스스로의 능력이 아니면 세상 출사길이 막힌 현실 속에서 한양 관아의 서기로 호구지책을 삼다가 일본으로 밀항을 하여 일본의 선진 문물을 경험한 흔치 않은 사람이다.

홍종우는 일본에 만족하지 않았다. 근대화된 일본을 있게 한 서양도 알아야겠다며 프랑스까지 건너가 수년을 살다온 선각자(?)였다. 그는 프랑스 생활 경비를 일본에서 온갖 허드렛일로 번 돈으로 사용할 정도로 근기가 있었다. 프랑스에서도 조선을 알리기 위한 소설 두 편을 프랑스어로 출간하는 등 활약도 대단했다.

이런 홍종우가 귀국한 조선은 미적지근했다. 인간 홍조우를 알아줄만한 사회의 눈이 없었다. 홍종우는 이 상황에서 엉뚱하게도 군왕의 지근으로 들어가는 길을 김옥균에게 찾는다. 조정에 무엇인가 공을 세워 주목을 끌 방책으로 김옥균 암살을 생각한 것이다.

자객행(刺客行)은 유교국가의 최후의 덕목이나 홍종우의 자객행은 역사와 김옥균이나 홍종우 자신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된 방향으로 흐른다. 홍종우가 김옥균을 살해한 후 한동안 출세가도를 달린 것은 맞다. 그러나결과는 김구선생을 저격한 안두희의 원조에 불과했다. 홍종우의 인생은 결코 행복할 수 없었다. 김옥균의 시체가 한양으로 들어온 날 줏대없는 군왕은 홍종우를 빈객으로 맞는다.

- 내가 그를 보겠다. 아, 밤낮으로 그를 기다렸다.

믿으실 수 있나. 이 말은 조선실록의 내용으로 조선군왕 고종의 멘트다. 죽은 김옥균을 시신을 슬프게 맞는 대목이 아니다. 김옥균을 살해한 자객 홍종우를 버선발로 기다렸다는 의미다. 참으로 못난 군주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 곁에 있을때 존재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영웅도 협객도 태어난다. 고종시대 그의 지근 신하들 중에서는 협객은커녕 의분을 보여준 벼슬아치도 드물다.

김옥균은 이런 무엇인가 부족한 인간을 주군으로 모셨던 운이 없는 사람이다. 한때는 군왕과 신하로 조선의 미래를 말하고 개화를 논하던 사이가 이렇게 허망하게 변질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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