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64회/ 6장 김옥균의 바둑 (4)
[연재소설 벽상검] 64회/ 6장 김옥균의 바둑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1.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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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을 눌 적마다 꼭 한 다리를 들고 누웠으나 장사는 여전히 잘되질 않았다. 생선장수는 이 짓을 이삼개월 동안을 계속하여 보았으나 점점 더 못 되어갔다. 그래서 이 무식하고도 우직한 자는 김옥균 선생을 원망하게 되었다.

(아- 그렇게 모든 것을 잘 안다는 김옥균 선생이 하라는 대로 아무리 하여도 장사는 점점 안 되어가니 아마 필연은 나를 속인 모양이다. 참을 수 없다.) 낙망을 한 나머지 극도로 분격한 생선장수는 단도를 품고 김옥균 선생을 찾아갔다. 그는 선생 앞에 단도를 꺼내 놓고 단판을 하는 것이었다.

"선생이 나를 속이지 않았소. 아무리 선생이 하라는 대로 한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었으나 장사는 여전히 잘되지를 않소."

와들와들 떨면서 김옥균 선생을 바라다보는 것이었다.

이 괴변을 당한 김 선생은 그때 농담 삼아 한 말을 저 못생긴 자가 정말 듣고 저러는 모양이로구나. 그러나 오늘 저자가 저 모양을 하고 달려드니 난처한 노릇이었다. 그래서 슬쩍 화제를 돌려 엄숙한 태도로 "응, 그대는 그때 내 말에 대한 의미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한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누라고 한 말은 즉 개를 가리킨 말이다. 개라는 짐승은 대단히 주인에게 충실한 짐승이다. 마찬가지로 장사하는 것은 손님 본위로 하여야 하는 것이다. 즉, 개가 주인에게 충실히 하듯 그대로 손님에게 그렇게 충실히 하라는 뜻이었는데 그것을 그대 잘못 해석하고 개 흉내만 냈으니 어찌 장사가 잘되었을 것인가-."

이 말을 듣고 있던 생선장수는 두 손을 잡고 무수히 절을 하고 무례하였던 행동을 사과하여 탄복하여 마지않으며 물러갔다.
그 후 오육개월이 지난 다음 어느 날이었다. 얼굴에 화색이 만연한 생선장수는 물 좋은 생선으로 술상을 잘 차려 가지고 김옥균 선생을 찾아갔다.

"참 감사합니다. 선생이 하라는 대로 손님들에게 친절히 하고 거짓 없이 진실히 하였더니 찾아오는 손님이 자꾸 늘어서 자연 수입이 높으므로 장사가 잘 되어서 상점이 커지고 돈도 많이 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전혀 선생님의 덕분이라 생각하오며 어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습니까 그래서 약소하나마 술과 안주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것이 제 정의이오니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우 감개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무수히 절을 하였다.
김옥균 선생은 좌중을 돌아보고 웃었다. 여러 친구들과 더불어 그 술과 안주를 나누어 먹었다.

이 에피소드는 김옥균의 임기응변과 유쾌한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날마다 찾아와 귀찮게 하는 일본일들을 골탕 먹이는 것이 김옥균의 중요일과 중 하나였던 모양이다. 무지하면서도 약싹빠르기 이를 데 없는 일본인들을 희극적으로 놀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이 잘못되어 항의(?)를 받게 되자 그것을 임기응변의 골계미로 반전시키며 주변에 웃음을 주고 있다.

김옥균의 유쾌한 성격은 고난의 일본망명 생활을 잘 지탱해준 힘이었다. 김옥균이 이완규 등 젊은 협객들과 술자리를 하는 시간, 장차 그의 우익이 되어주는 수나가하지메(須永元)는 두산만이 설립한 '현양사'의 중요 멤버로 일본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시작할 때였다. 김옥균은 1년전 일본에 갔을 때 이동인의 소개로 '후쿠자와유키찌' '두산만' 등을 만나 교분을 튼 적도 있었다.

후쿠자와유키치는 오사카대학 설립자로 당대 일본 최고의 지성이었고 두산만은 무사로 통하는 일본 낭인집단의 대두목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듯 하지만 흑도와 백도로 묘한 궁합을 이루는 인물들이다. 김옥균은 바로 이 두 부류의 인간들과 절친한 인맥을 연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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