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52회/ 5장 자객 (4)
[연재소설 벽상검] 52회/ 5장 자객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1.09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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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인 실종사건은 도성안의 시빗거리였다. 군왕이 각별하게 신경을 쓰던 신사유람단의 책임 있는 관원의 의문의 실종은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이원회가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고 좌우포도청이 나서 이동인의 행방을 탐문하는 지경에 이른다.

포도청은 이원회를 앞장 세우고 개화파 인사들과 민겸호 주변사람들을 중심으로 추적에 나섰다. 이원회는 일본에 다녀온 후 포도대장을 역임하게 되나 아직은 포도청업무와는 무관했다. 포도청에서 나와 이원회를 수행한 사람이 한명 있다. 이 사람이 홍종우(洪鍾宇)였다. 홍종우는 백면서생으로 아직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한양생활를 유지하기 위해 포도청의 종사관의 막하(幕下)로 호구지책을 삼고 있었다.

홍종우는 훗날 김옥균을 상해에서 총격으로 살해하게 된다. 홍종우는 김옥균보다 한살 위로 갑신정변이 끝난 후 일본을 거쳐 프랑스로 건너가 수년을 견문을 넓히고 돌아와서야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나 아직은 백수건달에 불과했다.

김옥균의 암살자 홍종우는 암살자란 그림자에 가려 그의 본래면모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홍종우의 인생역정은 결코 김옥균에 못지않다. 프랑스 최초 유학생이었고 춘향전을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하는 한편 '다시 꽃이 핀 마른나무'란 소설을 프랑스어로 출판한 소설가였다는 것은 충격이다.

사실 홍종우는 역사상에 고향이 안산이란 것과 집안이 풍비박산나 남해안 여러 섬을 전전하며 고군분투하며 지지리 궁상을 떨던 퇴락한 양반가의 인물 정도만 알려져 있다. 홍종우는 양반이기는 하나 배경이 되어줄 문중이나 끈이 되어줄 인맥 등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던 사람이었던 셈이다.

홍종우는 누구의 도움없이 일본으로 건너가 수년을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프랑스로 건너갔다. 목적은 유럽문물을 경험하는 한편 조선을 그곳에 소개하는 나름의 애국(?)을 했던 선각자였다. '다시 꽃이 핀 마른나무'는 홍종우가 조선을 유럽에 소개하고자 만든 한반도의 역사서다. 고조선부터 삼국시대와 고려 그리고 조선으로 이어온 역사를 소설식으로 꾸며 유럽인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작품이다.

- 나는 외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요약했다. 나는 이 책이 상당수의 (유럽)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코리아 조선이 유럽인과 유럽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다시 꽃이 핀 마른나무'의 작가서문은 홍종우의 신념과 나름의 나라사랑이 깃들어 있다. 홍종우를 시대의 풍운아 김옥균의 암살범으로 단죄(?)하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본다. 이 책은 1894년에 프랑스에서 출판되었다. 홍종우가 상해에서 김옥균을 살해한 해다. 이 책은 1894년보다 적어도 수년 전에 탈고된 것이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본다. 단순하게 김옥균의 암살자로 기억된 홍종우란 한 무지한(?) 인물의 삶의 행적이 전혀 엉뚱한 반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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