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206회/ 30장 최후의 증인 (3)
[연재소설 청룡도] 206회/ 30장 최후의 증인 (3)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8.06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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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야 부탁이 있다."

"부탁요?"

"그래, 너는 나를 희설로 쓰고 싶다 했니? 구름을 짓고 싶다 했니?"

"네, 그랬네요."

"그래, 그 약속을 지키거라. 이 성안에서 마지막까지 싸우다 죽은 홍단의 동지들을 증언해라. 이것이 나의 부탁이다."

"......!"

"선아야 들어줄 수 있지?"

"명이라시면 받들겠네요. 홍단의 단원은 장군의 명을 받들 의무가 있으니까요."

"오냐, 역시 너는 홍단의 자랑스런 동지다. 선아 너는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 홍단을 증언하라."

"장군님..."

선아는 홍경래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홍경래는 으스러지듯 선아를 끌어안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가자 그들의 뒤에 사람이 와 있었다. 우군칙이었다. 홍경래는 선아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우군칙의 용건을 들었다. 순찰을 돌고 오는 모양이었다.

"형님 식량사정이 말이 아닙니다."

"큰일이다."

"포위망을 이중 삼중으로 치고 있어 외부로 통하는 길은 완전 차단되었습니다."

정주성의 3월 이후는 성안에 있는 군마를 잡아 먹어야 할 정도로 식량상태가 최악이었다. 관서평란록 '정신지' 공초에는 이때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 성민에게 주어지던 식량배급이 끊기자 성민들이 각자 살길을 찾았습니다. 혹 술을 만들어 군사에게 팔고 떡을 만들어 군졸에게 팔아 연명을 했습니다. 그것도 가능하지 못한 사람들은 죽이라도 끓여 군졸들이 갖고있는 엽전이나 패물과 바꾸었습니다.

이 기록은 인간의 삶의 정체성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삶의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외부와 소통할 방법이 없나?"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방도 외엔 달리 방법이 없을 듯합니다."

홍경래는 우군칙의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장봉사가 횃불을 들고 다가오더니 급한 말을 했다.

"장군, 부원수가 그만...."

"뭐야?"

"부원수가 당했습니다."

부원수 김사용이 동문 성루의 작은 전투에서 관군의 저격수가 쏜 총에 전사를 한 것은 반군의 사기를 크게 떨어트린다. 홍경래가 동문에 도착했을 때는 김사용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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