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86회/ 27장 홍경래 (4)
[연재소설 청룡도] 186회/ 27장 홍경래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7.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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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거사를 앞당겨야겠지? 그렇지 않은가?"

과묵한 이희저가 의견을 말했다. 주변 사람들도 모두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얼마나 앞당겨야 할까요?"

홍경래가 물었다. 오늘이 12월12일이었다. 거사일로 정한 20일이 코앞이었다.

"형님, 내일이라도 개시를 해야합니다."

우군칙이 말했다. 그의 손에는 장검이 들려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막료회의에 참석한 전원이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복장이 특이했다. 막료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짐승가죽으로 만든 상의와 호피관 늑대관 등이 인상적이었다.

관서평란록 진중일기 서정일기 등에 보이는 홍경래난의 주모자들의 복장이 신기(?)하다. 그들은 모두 짐승가죽으로 만든 옷과 모자를 쓰고 있다. 짐승의 형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모자를 쓰고 있다는 기록은 상식밖이다. 이 기록을 보고 혹자들은 홍경래집단의 미신적 속성이라느니 만주지역의 여진족의 풍습이라는 등 고민없는 진단을 한다.

홍경래와 막하들이 보기에 따라서 이상하고 괴상망측한 짐승탈을 쓴 복장은 조선의 사냥꾼들의 복장이다. 1900년 조선의 보고서를 출판한 러시아 대장성의 '조선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조선사냥꾼들의 기록이 있다. 사냥꾼은 포수를 말한다.

-조선의 사냥꾼들은 키가 크고 재치가 있다. 기민하고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2-3명 때로는 20명씩 단체를 이루어 사냥에 나선다. 어떤 때는 무당을 대동하기도 한다. 무당은 사냥감이 많은 곳을 점지하고 사냥을 돕는 신명이 있다고 믿기도 한다.

그들은 사냥에 나기기 전 돼지를 잡아 제사를 지낸다. 큰 사냥을 나갈 때는 소를 잡기도 한다. 조선의 사냥꾼들은 조정의 지휘를 받는다. 각 지방관아에 사냥조직이 거의 있다. 그들은 사냥의 대가로 세금을 면제받는다. 그들은 새짐승 소리를 잘 흉내낸다. 그것으로 짐승을 유인한다. 인디언을 능가한다 할 수 있다. 그들의 복장도 짐승옷에 짐승탈까지 쓰고 위장을 한다.


홍경래군의 복장은 자유형이었다. 애초에 농민군 광산인부들 속에서 차출한 군대가 복장을 통일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호피 늑대 개털로 만든 모자와 옷을 입은 홍경래의 지휘부는 조선포수 집단의 옷으로 통일을 했던 것이다. 그것이 조정이나 관의 기찰로부터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틀을 앞당깁니다. 더이상은 무리일겁니다."

"이틀요? 그럼 18일입니까?"

"맞다. 18일 우리는 다복동을 출발한다."

홍경래는 자리에서 일어나 출정일을 택일했다. 막하들이 모두 고개를 숙였다. 모든 판단과 결정은 홍경래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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