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그날부터 등교까지
[기획] 그날부터 등교까지
  • 윤영상/유우석
  • 승인 2020.06.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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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우석 교사]세종혁신학교, 소담초등학교의 사례를 통해 코로나19 그리고 혁신학교

글 싣는 순서

1탄, 그날부터 등교까지

2탄. 진짜 배움은?

3탄. 지침보다 공동체에 대한 신뢰

4탄. 우리 시대 리더란?

5탄. 위기에 시대에도 혁신학교는 대안이 되는가?

코로나19는 분명 지금까지 유례없는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훨씬 더 치명적인 감염병도 존재했고, 더 전파가 잘 되는 감염병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짧은 시간에 전 세계를 코로나19처럼의 새로운 세상으로 끌고 간 적은 없다.

코로나19의 이전으로 삶으로 영원히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말은 이제 빈말이 아님을 느끼게 되는 시점에 왔다.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의 변화 과정을 보면 항상 수많은 논쟁과 갈등, 협의와 타협 등을 거쳐 아주 조금씩 이동했으나 코로나19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의 집단 경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순간이동으로 옮겨버렸다. 미래를 앞당겼다는 말 역시 빈말이 아니다. 미래는 장미꽃처럼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와 함께 날카로운 가시도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혁신학교는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도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혹은 혁신학교는 가시가 있는장미를 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 2020월 2월 21일, 그날의 문제 인식
코로나19는 당시만 해도 그리 가까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국내에서 드문드문 감염 사례가 있긴 했지만 예전 ‘사스’처럼 약간의 혼란 후 진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크게 경계해야 할 것은 불안함이며, 그 불안함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여겼다. 
불과 하루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우리 학교에서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식당, 그것도 가끔 교직원이 식사를 하는 곳에 불과 하루 이틀 전에 확진자 판정을 받은 사람이 다녀갔다는 것이다. ‘소리 없이’, ‘보이지 않게’ 우리 곁에 와 있었다.
다음 날, 토요일 긴급 ‘소담초 코로나19 대응팀’을 꾸렸다. 코로나19 발생지역과 확진자 동선과 중복된 시간 식당 이용한 다녀간 교직원 및 학부모 현황을 파악하였다. 학교 출입 요건 강화, 향후 학교 행사는 축소 및 폐지할 예정이라는 안내장을 발송하였다. 그리고 향후는 긴급 대응팀을 통하여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해 논의해 갈 것이라는 역할에 대해서 안내하였다.

◈ 처음으로 맞이한 온라인 개학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수차례 연기되고 4월 16일 고학년부터 온라인 개학을 맞이하게 되었다. 언제 등교를 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온라인 학습 방법, 소통방법, 교과서 배분, 출석 등 사소하게 보이지만 모든 사안들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학년에 따라 온라인 학습 이용 매체가 달랐다. 아니 다를 수밖에 없다. 고학년은 스스로 체크하고 과제 확인이 가능하지만 저학년은(특히 갓 유치원을 졸업한) 각종 온라인 활용 매체를 스스로 할 수 없었다. 또 맞벌이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챙기기 더 어렵다. 출석 체크도 가정의 여러 상황들을 고려해야 했다. 밤늦게까지 컴퓨터나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새로운 길이었으며 사소한 문제도 함께 공유하지 않으면 엇박자가 났다. 교육청이나 학교도 모두 교육부 장관의 브리핑 내용을 통해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에 관련된 지침이 내려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결국 우리 학교는 우리가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할 일을 하나씩 챙기고 협의를 통해 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아이들의 등교가 무한정 길어질 수는 없다.                                                    
언젠가는 개학을 할 것이며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했으며 그 대비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미리 예측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빈틈이 있으면 또 메워야 했다.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일일시정표였다. 코로나19가 종료되지 않는 한 등교 했을 때 가장 불안함은 동선의 중복이었다. 가장 좁은 범위는 아이들 개개인, 학급, 학년(층), 그리고 학교였다. 학급 단위로 움직이고, 학급단위로 동선을 짜는데 아무래도 걸리는 부분은 급식이었다. 급식 방법과 시간 배정이 우선 고려 상황 그에 따른 수업 시간, 하교 시간이 결정되는 식이었다. 안전하게 밥 먹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 밀집도 줄이기 미션- 우리 학교를 가장 잘 아는 건 우리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월 4일 단계적 등교 수업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은 밀집도 줄이기, 급식은 시차를 둘 것 등의 안내가 있었다. 첫 등교하는 학년은 초,1,2학년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 수업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침을 기다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지침이라는 것이 현재 발표된 내용에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안내될 것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다.  우리 학교 상황에 고려한 ‘가장 좋은 안을 짤 수 있는 사람은 우리’라는 신뢰가 있었다. 그 신뢰의 기반에는 새로운 결정은 혼자 하지 않으며 회의에 의제로 올려서 결정하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모두 나오며, 그 곳에서 절충안을 찾았다는 성공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핵심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병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 오랜 시간 집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등교를 원할 것이다. 모두 등교를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속성을 봐도 언젠가는 전체 등교를 할 테니 미리 준비하자.
- 등교 수업에서 가장 챙겨야 하는 것은 밀집도 줄이는 것이다. 학교 전체의 밀집도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줄이려면 가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급 내의 밀집도 줄이기다.
  교사들의 의견도 전면 등교와 온라인 병행이었으며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고 있었다. 6개 학년이 전부 각각 다르게 운영 할 수 없으니 1,2학년과 3,4학년, 5,6학년은 서로 맞추자라는 것에 합의를 하였다. 그리고 학부모의 의견도 수렴하였다. 온라인 병행에 대한 설문과 점심식사 선택 여부를 물어봤다. 의외로 온라인에 대한 의견과 급식을 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5,6학년 협의 결과 온/오프 병행으로 주2회 등교로 결정하였으며 이후 3,4학년도 온/오프 병행, 1,2학년에서 오랜 협의를 통하여 온/오프 병행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 되었다. 특히 1,2학년은 돌봄 아이들도 고려해야 해서 시간이 걸렸다.  등교 학생 수가 줄어들고, 단위 수업 시간을 단축하자 오전 내 수업을 끝내고 선택에 따른 급식 여부까지 어렵지 않게 일정이 나왔다. 그 후 학부모회 임원에게 계획에 대한 안내를 하며 의견 수렴과정을 거친 후, 학부모들에게 안내장을 내보냈다. 그날이 5월 18일이었다. 등교개학을 10일정도 남겨둔 상태였으며, 교육청 지침보다는 우리가 협의 결과를 믿고 보낸 안내장이었다.

◈ 진짜 입학식
올해 1학년 아이들은 입학은 했으나 학교에 오지 못했다. 다시 말해 교실을 잘 알지 못했다. 낯선 환경인 것이다. 이에 대한 걱정은 교사도, 학부모도 마찬가지였다. 방역을 위해 학교 내 외부인 출입을 막았기 때문에 학부모도 들어올 수 없어 더 큰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좀 늦게 등교 수업을 하는 3,4,5,6학년 선생님들이 교문에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교실로 안내하였다. 교문 앞은 신나는 음악이 흘렀고, 인형 탈을 쓴 선생님이 춤을 추었고, 축하 문구의 피켓이 아이들을 맞았다.
 
◈ 그래도 빈틈이
전면 등고에 대한 불안함, 급식 선택, 등교하지 않는 1,2학년 아이들의 돌봄 등 큰 곳을 다 메웠다. 단 하나 맞벌이 가정 중  3학년 이상의 아이들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등교 하지 않는 날 이 아이들을 돌볼 때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모든 선생님이 수업이나 돌봄이나 들어가는 상황이라 더 이상 여력이 없었다. 담당 선생님은 하소연하며 걸려오는 전화에 3학년 이상은 돌봄이 어렵다고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소담마을인생학교에서 이 아이들을 챙기는 거예요. 지역에 아이들이니까.”
소담마을인생학교는 마을교육자치를 실현하고자 만든 소담동 학부모들로 구성된 일종의 마을의 평생교육을 일부를 담당하겠다면 만들어진 핚교 밖 학교이다. 2019년 유치원 아이들과 어르신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진행해오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멈줘진 상태였다.
일사천리, 담당 선생님과 소담마을인생학교장인 학부모회장님과 조율 끝에 3~6학년 원격수업 2개 반이 개설되어 앞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알고 있으면서 어쩌지 못했던 틈이 메워졌다.
“이게 혁신학교지!”  소담마을인생학교에서 원격수업도우미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어느 선생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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