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21회 18장 의주만상 임상옥 (2)
[연재소설 청룡도] 121회 18장 의주만상 임상옥 (2)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4.0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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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경은 김조순에게 한가지 청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당료(黨料)에 대한 것이었다.

"당료를 관아에서 덜어내지 않고 만들 수 있단 말이요?"

김조순이 자리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당료란 김조순을 필두로 한 노론당겸 시파(時派)의 정치자금을 말한다.

"대감 그렇습니다. "

"어떤 방법이 있단 말이요? 우리 당료가 만금이 넘게 들어가는데 관아의 예산을 손대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 말들 수 있다는 거요?"

김조순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전 서용보가 거칠게 탄핵을 가했던 '조득영'도 사실은 당료를 만들기 위해 평양감사 자리에서 무리를 했던 것이었다. 정치자금은 언제나 말썽이었다.

"대감, 만상 대행수가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만상이라면 임 뭔가 하는....?"

"임상옥입니다. 그 자가 저를 찾아와 아주 솔깃한 제안을 하더이다. "

"무슨?"

"저 대감...."

박종경이 김조순에게 바짝 다가앉자 김조순이 그에게 한쪽 귀를 내어 주었다.

"호... 그래요?"

"대감...  어떻습니까?"

"큰 돈이구료. 능히 일년 당료는 되겠구료."

김조순이 헛기침을 했다. 박종경이 전한 말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리할까요? 대감..."

박종경이 말이 나온 김에 결말을 짓겠다고 나왔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좋은 말이긴 하나, 크응, 허허 홍삼이 그 정도로 이익이 남는 장사던가...?"

김조순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임상옥의 요구는 호조가 관장하는 조선의 모든 홍삼의 전매권을 만상에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해주면 매년 당료 오만 냥을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오만 냥은 엄청난 돈이었다. 조선후기 조선조정의 한 해 예산이 수십만 냥에 불과하던 때도 있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대감, 당장에 어음을 끊겠다고 하더이다. 대감만 허락하시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다 처리를 하겠습니다."

박종경이 양소매를 걷어 붙이고 나왔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이 그였다.

"당장 경상 송상은 어쩌란 말이오? 당료가 급하고 액수가 크기는 하나 상인들과의 신의를 잃을 수는 없는 거 아니오?"

김조순이 기존 거래관계에 있는 경상과 송상을 거론했다. 그들 양대 상단은 시파는 물론 범노론당의 지난 백여년간의 당료를 책임져온 상단들이었다.

"그 문제를 제가 해결하지요."

"달리 방법이 있으시오? 당료도 좋지만 자칫 우리 당의 체모를 깎아서는 안된다 그 말이오."

"대감 모양 좋게 매듭을 짓겠습니다. 사실 경상 송상 그놈들 살살거리기나 했지 우리 당에 뭐 큰 도움이 된 적 있습니까?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찔끔찔끔 밑찔을 한것이지요."

박종경이 임상옥의 제안을 받고 눈이 돈 듯했다. 기천 냥씩 제공받던 자금의 액수가 차원이 달라지자 정신이 혼미한 모양이었다. 박기풍 조만영 등은 입맛만 다시며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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