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117회 17장 무량사(无量寺) (5)
[연재소설 청룡도] 117회 17장 무량사(无量寺) (5)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3.26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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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산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만수산은 차령산맥의 마지막 정맥으로 만수산에서 한번 더 가지를 튼 성주산이 서해바다로 내리 꽂히는 자리에 있어 산의 형세가 만만치 않은 명산이었다. 명산에 대찰이 있기 마련이어 무량사는 일찍부터 호서 거찰로 이름을 떨쳐왔다.

"만복사 뭐라고 했니?"

홍경래가 자리에 누워 천장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물었다.

"뭐가요?"

선아가 아랫목 쪽에 자리를 하고 벽쪽을 보며 누워 있다가 대답을 했다. 홍경래는 이제 선아의 아버지같은 존재였다. 그들 사이에는 그런 생각이 쌓여 있었다.

"금오선생 구름말이다."

"아 네 그거요."

"구름의 주인공이 만복이냐 그 말이야?"

"그건 확실하지 않아요. 절 이름이 만복사고 그곳에 살던 총각이란 말인 듯하네요."

"그 얘기좀 해보련?"

홍경래가 선아를 재촉했다. 절방에서 절집 얘기를 묻는 홍경래는 스스로 재미있는지 웃음을 지었다. 선아는 어려서 아버지에게서 들은 만복사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나 그 얘기는 선아의 뇌리 속에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전라도 남원에 만복사란 절이 있었다. 그 절엔 커다란 돌부처가 있는데 사람들이 소원을 빌면 응답을 잘하기로 소문이 났었다. 절의 인근에 살던 한 총각이 늙도록 장가를 못가다 만복사를 찾아가 부처에게 소원을 빌었다.

그러다 총각이 절에서 잠이 들었는데 부처가 나타나 저포로 나를 이기면 여자를 만나게 해주겠다 하여 부처와 저포를 했다. 그리고 부처와 한 저포(樗蒲) 놀이에서 이겼다. 부처는 자신이 졌노라며 불좌 밑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여자를 만나라고 했다. 그리하여 불좌(佛座) 밑에 숨어 있노라니 선녀처럼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타났고 부처의 인연 약속 대로 그들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가연(佳緣)을 맺고, 이튿날 그녀의 집으로 가서 며칠을 꿈처럼 지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날 여인이 이제 당신의 집으로 돌아가라면서 은잔 하나를 주고는 다시 만나겠으면 내일 보국사 가는 길에서 은잔을 들고 기다리라 했다. 이튿날 그가 기다리고 있노라니까 한 귀인(貴人)의 수레가 나타났다. 수레에서 내린 귀인이 은잔의 출처를 묻고는,

“실은 그 애가 죽은 내 딸일세. 오늘이 그 애 제삿날일세.”

하고는 떠나버렸다. 이윽고 그녀가 나타나 둘은 절을 찾아갔다. 밤이 깊어지자,

“도련님, 업보란 도리가 없군요. 이제 떠나야겠습니다.”

하더니 형체는 사라지고 소리만 들려왔다.

“부디 저를 잊지 마세요. 저승에서 다시 인연을 맺읍시다.”

그후 그는 절에 가서 매일 그녀의 명복을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공중에 나타나,

“저는 도련님 덕택으로 다른 나라 남자로 태어났으니, 은혜에 감사합니다.”

하고는 사라졌다. 그후 총각은 지리산으로 약초를 캐러 들어갔고 그 뒤로 그의 소식을 아는 이가 없었다.

"하하 일장춘몽이구나..."

홍경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담뱃대를 꺼내 들었다. 선아가 들려준 얘기는 백일몽에 불과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한 토막의 이야기 속에 담아낸 것이었다. 이해가 빠르고 감동까지 있었다.

"재미있지요?"

"재미있구나. 과연 금오선생의 구름이구나. 귀신과 며칠 살았던 총각만 불쌍하기도 하고."

"총각이 불쌍타고요?"

"너는 그리 생각되지 않느냐? 장가 한번 가보겠다고 발버둥치다가 그런 꼴을 본 거 아니냐? 부처님도 짓궂기도 하구나."

홍경래는 뒤로 벌렁 누우며 허탕한 웃음을을 지었다. 그가 내뿜는 담배연기가 방안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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