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75회/ 신도(薪島)에 모이다 (5)
[연재소설 청룡도] 75회/ 신도(薪島)에 모이다 (5)
  • 이 은호 작
  • 승인 2020.01.09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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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왔다. 깊은 밤 홍경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날은 더웠고 몸은 고단했다. 홍경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열어놓은 들창으로 달빛이 흘러 들어왔다. 방안에는 커다란 모기 한 마리가 낮게 유영을 했다. 날개짓이 굉음을 냈다.

쉬익!.

예리한 검세가 허공을 갈랐다. 집중한 정신과 검세가 품어낸 일도(一道)에 허공을 날던 모기가 반토막이나 추락했다. 홍경래가 빼어든 칼날 위로 달빛이 반사되었다. 길이가 짧은 호신용 사인검(四寅劒)이었다. 사인검은 인년인월인일인시(寅年寅月寅日寅時)가 네 번 겹치는 날에 만든 신검이자 벽사검(癖邪劒)을 말한다.

왕실은 이날 특별한 도장(刀匠)을 동원하여 사인이 겹치는 시간에 수십 자루의 칼을 만들어 왕실을 지키는 무인들과 대신들에게 하사하곤 했다. 사인검보다 한 단계가 낮은 검이 삼인검인데 인월인일인시(寅月寅日寅時)에 제조한 검이다. 송문흠(1710-1752)이 지은 삼인검의 노래가 한 편 있다.

인월이 양강을 도우니

북두칠성 뚜렷하게 비추네.

잡으면 반드시 베니

검세는 오직 끊을 뿐.

(日月贊剛/星文昭光/操以必割/柔道是絶)


유도는 검의 정도에 따라 대상물을 끊어 버리는 개념으로 인검의 주인은 활인(活人)의 정신으로 삿된 도(邪道)를 절단하겠다는 정신이 담긴 말이다.

"휴!"

홍경래는 숨을 한번 고르고는 사인검을 품속에 넣고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가에는 그림자 하나가 있었다. 경호를 서는 단원은 아니었다. 그림자는 선아였다.

"오? 너도 잠이 오지 않더냐?"

"아뇨. 그저..."

"배멀미에 공생을 해서 그렇다. 날씨도 무덥기도 하고. 그래도 밖은 한결 시원하구나."

홍경래가 선아의 손을 잡아 주며 말했다. 선아에게는 언제나 다정다감한 그였다.

"저..."

"뭐냐? 할말이 있더냐?"

"이곳이 장군님 고향이라 하던데요?"

"그래 맞다. 용천 이곳이 나의 고향이지. 선아 너보다 어린 자식들이 사는... 선아야, 나도 아내와 아이들이 보고 싶단다. 너를 보면 항상 아이들이 생각나지. 그러나 나는 참아야 한단다. 고향을 떠나올 때 약속한 것이 있었지. 내가 꿈을 이루기 전에는 고향도 가족도 찾지 않겠다는 다짐 말이다."

홍경래는 선아에게 말하며 기방을 나와 포구 쪽으로 걸었다. 선아가 옆을 따랐다. 마을의 공터에는 더위와 모기를 피하려 모기불을 놓고 주변에 마을 사람들이 떼로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어른들과 아이들이 뒤섞여 있었다. 돋자리 위에는 바람에 쓸려온 나뭇잎들이 아무렇게나 뒹굴었다.

"선아야, 구름은 어떻게 짓는 것이냐?"

홍경래가 구름을 물었다.

"구름은 꿈을 꾸는 거네요."

"꿈을 꾸면 구름이 된단 말이냐?"

"꿈을 꾸어 정리를 해야지요. 장군님이 하시는 것처럼요. 아닌가요?"

"내가 말이냐?"

홍경래가 선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몇달 동안 선아가 부쩍 자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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