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69회 10장 양산박(6)
[연재소설 청룡도] 69회 10장 양산박(6)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2.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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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포장은 박천 관아로 들어가 책실(冊室)의 막객(幕客)을 만났다. 막객은 군수의 수행비서를 말한다. 당상관은 정식으로 막객을 거느릴 수 있었다. 관찰사의 감영이나 목사가 근무하는 영문에는 책실과 막하라는 업무 분장(分裝)이 있었다. 그러나 군수는 개인적으로 막하를 대동하고 다녔다.

"아니?  좌포청의...?"

막하는 오포장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막하는 새로 부임해온 임성고의 집사였다. 임성고는 한성부와 사옹원 등을 전전하다 박종경과 연결이 되어 외직으로 나온 것이었다.

"호호, 임군수가 소원을 풀었네요?"

오포장은 책실로 들어와 방석을 끌어다 앉았다. 가희는 군수가 근무하는 청(廳)의 섬돌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날씨가 참으로 따뜻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막객이 갑작스런 좌포청의 포장의 출현을 보고 의아한 모양이었다.

"호호, 임군수, 평소 소원이 부자 고을 수령 한번 하는 거 아니였는지요? 이번 기회에 한몫 단단히 챙기겠네요?"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사또께 기별을 해야겠지요?"

눈치 빠른 막객은 군수 접견을 물었다. 박천 관아에 좌포청의 포장이 나타난 것만도 예삿일은 아니랄 수 있었다.

"통인을 해 주시려고요? 호호."

"잠시만요."

막하가 자리를 뜨더니 금방 다시 나타났다.  얼굴색이 붉었다. 군수에게 한마디 먹은 것이 분명했다.

"어서 들어가 보시지요."

"호호 고맙군요."

오포장은 막하가 열어주는 문안으로 들어갔다. 임성고가 평상복 차림으로 서안(書案) 위에 한무더기 서류를 놓고 앉아 오포장을 바라보았다.

"아이, 좌포청의 인사가 여길 어인 일이신가?"

임성고가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호호 서북 유람을 나섯다가 마침 나으리께서 와 계시다기에 인사나 하고 가려고요."

오포장이 실실거리며 대답을 했다.

"허? 그 말 한번 괴상하군. 자네와 내가 그리 정을 나눌 사이던가?"

임성고가 비꼬는 말투로 나왔다. 그들은 사옹원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포청에서 사옹원의 비리를 조사하겠다고 나섯을 때 조우했던 것이다.

"호호, 그건 다 나랏일 아닌지요? 이제 고을 원이 되셨으니 경하드립니다."

"끄응, 왜 노자가 필요하신가?"

"호호, 노자도 필요하긴 하지요. 그런데 나으리?"

"노자 말고 또 뭐가 필요하신가?"

임성고가 막하를 부르려다 오포장의 얼굴을 응시했다.

"나으리 지역에 홍단이라는 검계의 패두가 산다는데 혹시 아시는지요?"

"지금 검계라 하셨는가?"

"호호, 그리 말했습니다."

"이 사람하고...이런 산간벽지에 무슨 검계가 있다고 그러시나?"

임성고가 펄쩍 뛰며 반문을 했다. 사람잡을 소리는 아예 하지 말라는 투였다.

"호호, 아직 관내 사정을 파악치 못하신 모양이지요?"

"관내 사정을 모르다니? 이봐? 윤서방?"

임성고가 책실의 막하를 불렀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섯다.

"들어오지 말고 형방을 불러."

"형방을 말입니까?"

"빨리 들어오라 해."

임성고가 아예 형방을 불렀다. 관내의 치안 책임자를 불러 오포장의 뜬금 없는 질문에 답을 줄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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