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66회 10장 양산박(3)
[연재소설 청룡도] 66회 10장 양산박(3)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2.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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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가 나다니?"
"서북에 용이 출현하면 천군이 도와 큰 난리가 난다는 거야. 자네들은 그런 소리 못들었나?"
"서북용출이니 뭐니 하는 그런 소리는 들어 보았지만 천군은 또 뭔가?"

"쉬잇! 목소리 좀 낮추게."
한판 벌어진 바둑판과 조금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낮추며 소근거렸다. 그러나 크게 주변을 경계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호호, 천군요? 천군이라면 하늘의 군대를 말하나요?"
오포장이 그들의 대화자리에 끼어 들며 실실 웃을을 지었다.

"댁은?"
"호호, 가산에 봉꾼을 가고 있는 길인데요. 나도 그런 소리를 들은 듯해서요."
오포장이 편지 신부름꾼을 자청했다. 각 지역에는 발빠르고 행동이 민첩한 사람들 중 봉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산에서 봉꾼이 한양으로 출발을 한다면 가산일대의 사람들이 한양이나 이동로 상에 있는 친지들에게 편지를 모아주고 노잣돈을 조금식 보태주는 형식이었다.

"봉꾼? 한양에서 오는 길이시유?"
"네. 오다보니 그런 소리가 있더군요 호호."
"내 술은 아니지만 술 한잔 하슈."
상투가 크고 구레나룻이 성한 사내가 오포장에게 술 한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유약하게 생긴 오포장의 모습을 보고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호호, 그런데 천군이 무슨 뜻인지요?"
"하늘의 군대를 말하는 건 아니고 만주 지역에 숨어사는 녹림당을 말하는 듯하외다."
"녹림당이라면?"
"하늘에서 군대가 내려올 리 만무하니 그 작자들 아니겠소?"
구레나룻이 오포장이 따라주는 술잔을 기세 좋게 마셨다. 만주는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의 근거지로 문수신앙에서 나온 말이다. 누루하치는 14세기 요동에 흩어져 살던 여진 6부족을 통일하고 만주팔기 사상을 내세워 명나라를 치고 중원의 패자가 되었다.
청은 자신들의 근거지를 만주라 하고 공토화(空土化)하며 신성시 했다. 압록강에서 산해관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공지로 만든 것이다. 그 공지에 중원에서 온갖 죄를 짓고 도망쳐온 비적들이 녹림당 복명당을 자처하며 은거하여 청과 조선의 국경지역을 위협하는 등 많은 문제를 남기기도 했다.

"......?"

"뭘 그리 생각하시유?"
"호호, 아닙니다."
"하하, 혹시 여자 아니시유? 어디..."
"어멋!"
오포장은 자신의 낭심을 훑고 지나가는 구레나룻의 손을 두 손으로 막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오포장은 목례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저것들을 그냥..."
"조용! 밥이나 떠라."
오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들에게 향하려는 가희를 주저앉히고 주의를 주었다. 허허실실은 기찰포교의 첫번째 덕목이다. 오포장은 또 하나의 문제를 만난 듯했다. 언참에 천군도래라는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이 보태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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