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청룡도] 43회 7장 백경한 사건(2)
[연재소설 청룡도] 43회 7장 백경한 사건(2)
  • 이 은호 작
  • 승인 2019.10.2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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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왕후는 철혈여성이다. 정순왕후가 실권을 잡고 있던 1801년 왕실 안에는 정조비인 효의왕후, 정조모인 혜경궁 홍씨 그리고 정순왕후가 50세, 70세, 60세로 생존해 있었다.
정순왕후는 수렴청정을 마친 다음해 1805년에 사망하지만 그녀의 철권통치는 정조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찾아온 국가적 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일조를 한 것도 사실이다.

정순왕후는 신유박해로 천주교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가한 후 또한번 피바다를 이룰 만한 황사영(1775-1801) 백서 사건에는 담대하게 대처하는 완급조절을 보여 능수능란한 정치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정약용 형제들의 처삼촌이기도 한 황사영은 비밀 편지를 만들어 청나라에 들어와 있는 서양 신부들에게 보낸다. 내용은 조선의 입장으로 보면 기가 막힌 것이다.
(李氏微弱不絶如縷如君臨朝强臣弄權政事承乳民情嗟怨.)
한마디로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의 이 투서는 좌포장 임률에 의해 적발되어 정순왕후의 분노를 샀으나 그녀는 황사영과 연류자 몇 명을 처단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어 자칫 외세의 개입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노련한 정치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면, 종경이나 조순 등의 모리적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홍경래가 얼굴에 핏대를 세웠다.

“그런 자들은 어느 때고 있었소이다. 선왕대는 권흉 국영이 있었고 영조 대왕 때는 홍계희 같은 난신들이 있었소이다. 박종경이 있으면 심환지도 있는 법, 그것이 세상이고 정치오이다.” 
백경한은 박종경을 심환지와 비교하며 말했다. 백경한은 심환지를 좋게 말하고 있다. 독자들은 정조가 죽던 날 그의 곁에 있던 심환지를 기억할 것이다.
심환지는 정조 시대 병조판서를 거쳐 좌의정에 보직되어 있던 인물이다. 심환지는 순조 1년에 영의정에 올라 있다 순조 2년에 사망한 인물로 정조 독살설의 배후(?)로 오해를 사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원한 제국이란 소설과 영화 등에는 정조의 정적으로 그려지며 정조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간신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사실의 심환지는 그렇지 않다.
심환지는 벽파의 영수였던 김종수와 동년배였으나 커리어나 벼슬 등에서 한참 뒤처지는 인물이다. 젊은 시절은 그야말로 귀양과 귀양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심환지는 정조가 노론벽파를 거칠게 몰아붙일 때 온몸을 던져 정조에 대항하며 오히려 정조의 눈에 든다.

심환지는 자신은 조선의 신하로 조선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하여 정조의 여러 정책들 중 조선의 근본을 흔드는 일들이 있다고 보고 그것의 시정을 요구한다. 심환지는 자신은 사림의 아들이고 청류(靑類)의 본분이라며 초가삼간에 살며 노비 한명 없는 청빈한 삶을 유지, 정조를 감동시킨 사람이다.

정조 시대 노비추세법을 세우고도 지지부진하던 노비철폐령을 정순왕후를 도와 결단케 한 것도 심환지다. 그는 정조에게 끊임없이 주장하던 장용영의 혁파도 단숨에 처리하기도 했다. 정조 시대부터 순조 10년에 이르는 기간의 조정의 영수인 영의정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정조가 키운 인물이다.

김상철-서명선-정존겸-김치인-홍낙성-이병모-심환지-이시수-이병모-서매수-서용보-남공철-심상규.
이들 중 정조의 심복 중의 심복인 이시수, 서매수 서용보 등이 순조연간에 조정을 지휘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순조 초기 정조의 정책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역사는 성군 정조 사후 갑자기 엉망진창이 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역사는 한두 사람의 전횡에 의해 그리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백대인 당신이 볼 때 이 나라 조선에 희망이 있다고 보시오이까?” 
홍경래가 직선적으로 물었다. 내친걸음이다.

“희망이 없으면요? 희망이 없다면 희망이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의인의 할일 아닙니까?” 
“바로 그거요. 백대인, 나와 이대인 그리고 김창시 등은 조선의 희망을 위해 뜻을 모았소이다. 도와주시요?” 
“반역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반역이 아니라 개벽이요.”
“개벽? 하하하 지나가던 소가 웃겠소이다.” 
“백대인, 한번 더 부탁하리다. 의리에 참가를 해 주시오?” 
홍경래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두 눈이 번쩍 거렸다.

“오늘 이 자리가 나의 무덤이 되겠구료. 홍대인 이리 할 필요 없소이다. 나는 반역에 참가할 수 없습니다. 시간 끌 것 없이 죽이시오.” 
“백대인?” 
홍경래는 다시한번 백경한을 설득해 보려 했다. 그러나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아예 앉은 자리에서 부동석이 되어 있었다. 깊은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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