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역사칼럼] 정약용과 장곡사.
[충청 역사칼럼] 정약용과 장곡사.
  • 이 청 논설실장
  • 승인 2019.09.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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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투데이/ 이 청 논설실장] 장곡사를 찾았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다산 정약용선생의 숨결이 살아있는 청양 화성면의 금정역 터를 돌아보았다. 다산선생이 이곳 찰방으로 보직받고 내려와 금정일록이란  일기를 남겼고 일기 속에 주변의 학자들과 성호선생의 유고를 정리한 곳이어서 결코 의미가 작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서 선생의 주역이 떠올랐다.

조선시대 주역을 운운하는 정도면 시골에서 선비대접을 받았다. 주역의 일부라도  토론을 하고   글로 표현할 정도면 한 고을의 선비로 인정을 받았다. 주역의 전체를 가늠하고 자신의 생활에 적절하게 활용하는 정도면 그 사람은 무엇인가 큰 역할을 했다. 주역의 활용을 넘어 주역에 의문을 품고 주역의 저술에 도전하여 탈고를 한 사람은 틀림없이 조선의 대학자였다.

조선 5백년을 통해 개인의 이름을 달고 출간된 주역은 총 10종이 되지 못한다. 권근의 주역천견록부터 이황, 이이, 서경덕, 한원진...정약용의 주역사전(四箋)에 이르기까지 온전하게 전하는 주역은 열(?) 종류가 되지 못한다.

공자와 주자의 압도적 권위에 주눅이 든 상황에서 학자들이 주역의 인용과 칭송이 아닌 새로운 주역을 저술한다는 것은 뛰어난 실력과 용기가 함께 있어야 하는 일이었기에 주역의 시대를 살면서도 주역의 지방방송국(?)을 개국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주역사전(周易四箋).

얼마전 다산 정약용의 저술 '주역사전'이 출간되었다. 한 고등학교 선생의 각고의 노력에 의해 한역 출간된 주역사전의 출간 뉴스를 보고 입맛이 썼다. 다산의 주역은 이미 한역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렇게 재야(?)에서 애를 쓰는 사람이 먼저 선수를 치고 나오는 것은 조금 면구하다. 이후 학계에서도 정리된 주역사전이 나온 것으로 안다.

다산은 주역이 복희씨가 천지를 관찰하여 ‘천명’을 간파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천지자연의 운행현상을 잘 궁리하여 기호(記號)로 표현하여 땅에다가 그려보다가 그 기호에 비견 상응되는 성격의 사물(四物)에 견주어 길흉(吉凶)을 판단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마련한 것이 주역의 시초라 한다.

다산은 복희씨 당대에 주역의 64괘가 모두 완성되었다고 믿었다. 다산은 이후 문왕과 주공이 기호(記號)의 의미를 표현하는 역(易)의 언어인 역사(易辭)를 지었고 그 기준을 복희씨가 만든 괘(卦)와 상(象)을 삼았다고 한다. 다산은 주역의 원작에는 네 가지의 중심 기둥이 있는데 그것은 퇴이 물상 호체 효변(推移, 物象, 互體, 爻變)이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상 (物象)이라 했다.

하여 다산이 4년이나 걸려 완성한 주역의 이름이 주역사전(四箋)이다. 주역에서 象의 중요성은 초연수, 위백양, 경방 등의 상수역자들의 중요 강조 사항으로, 다산은 상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왕필의 의리역과 다른  계열에 선다. 그러나 다산은 상수역의 계열을 따르면서도 상수역의 허실에 매우 도전적이었다.

다산은 상수역의 비논리적이고 견강부회한 해석을 털어내는 데에 많은 애를 쓴다. 그러나 다산 스스로도 자신의 주역사전에 자신을 하지 못한다. 몇년을 두고 애써 해석한 효사가 어느날 다시 보면 열에 일곱을 틀렸다는 토로는 학자로서의 다산의 진면모다.

다산은 주역사전에서 효(爻)를 강조하는 것을 가치로 삼았다. 다산의 전시대까지는 주역에서 효변(爻變)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비교적 작았다.
ㅡ 卦의 一二三四는 畵다. 그 一二三四가 변한 것이 爻다. 爻는 交로 陰陽의 교역이다. 오늘날 畵를 爻로 알고 있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주역사전)

주자는 효변을 점사로 인식했다. 그러나 다산은 효변을 역사(언어)의 근본 원칙으로 인식하고 爻變이야 말로 주역의 언어를 풀어내는 열쇠로 보고 주역사전에서 그것을 밝히고자 한다. 그러나 다산의 주역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다산마저도 주역 안에서는 논리의 모순과 작위적인 해석으로 헤맨(?)다.

다산이 강조한 주역 효변설은 당시로는 참신하고 독보성이 있는 것이었다. 왜?라는 의문과 그 의문에 대한 끊임없는 천작이 주역의 진화과정에 귀감이 되는 것이고 새로운 주역을 집필한 다산의 진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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