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의 충청역사 칼럼] 자신을 안다는 것
[이청의 충청역사 칼럼] 자신을 안다는 것
  • 충남투데이
  • 승인 2019.08.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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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투데이 / 이청 논설위원] 몇일전 모프로와 접바둑 한판을 둔적이 있다. 다섯점 바둑이었는데 도무지 될법한 일이 아니었다.
  모프로가 수없이 양보를 해주어 겨우 두집(?)을 지기는 했지만 바둑을 두며 내내 떠오르는 사자성어 하나가 있었다.
  그말은  ‘폭호빙하’였다.
  폭호빙하는 빙으로 읽고 풍으로 쓰는 한자로 인해 조금 생소한 성어다(바둑전 33편 연산군의 폭호빙하 참조^^) 폭호빙하는 한마디로 힘만 있고 요령은 없는 사람을 말한다. 출전은 시경(詩經) ‘소아’다. 시경은 주나라 시대의 노래를 기록한 책이다. 시경은 인간의 가장 가까운 곳의 정감을 노래하고 있어 아름답고 찰진 시다.
不敢暴虎/不敢馮河
人知其一/莫知其他.
 (감히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지는 않겠지요. 감히 황하를 건넌다고 하지는 않겠지요. 사람은 한가지는  알고 두가지의 일은 알지 못하네.)
  이 시는 악정(惡政)을 개탄하는 백성들의 노래다. 눈앞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미구에 닥쳐올 민초들의 저항을 모르는 관리의 무지함을 비꼬는 말인데 훗날 자신을 모르는 망상의 인간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공자로 인해서다.
 공자는 논어 술이편에서 이 시를  인용하여 제자 자로를 경계한다. 언젠가 자로가 공자에게 선생께 군대가 있다면 어떤 장수를 부리실겁니까 묻자 공자는 이렇게 답한다. 자로는 용기가 있던 사람이다. 그는 훗날 전장에 나가 전사한다.
 ‘나는 맨손으로 범을 잡고 황하를 헤엄쳐 건너다가 죽어도 후회 않는 사람은 쓰지 않겠다. 일에 두려움을 알고 지략을 쓸주 아는자 바로 그사람과 함께할 것이다.’
시경은 공자의 말과같이 동양의 한다하는 인사들의 담론에서 빠질 수 없는 전범이 되기에 한중일의 문인들에게 시경 암송정도는 장난(?)이었다. 시경을 모르고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이 불가능하던 시대가 있었다.
暴.
 갑골문 금문에는 보이지 않는다.
‘설문’은 폭은 햇볕에 벼를 말리는 것이라 한다. 日 出 米는 의미다 한다. 단옥재는 해가 나오면 벼를 두손으로 말리는 모습에서 나온 ‘회의자’로 후에 포악의 의미로 되고 日을 더한 曝(쬘폭)이 되었다 한다. 옥편은 사나울폭이다.
虎.
 갑골문 금문에 모두 보인다. 호랑이를 그린 상형자다. 입을 벌리고 몸에 줄무늬가 있는 모양이다. 설문은 산중의 왕이다. 虎에 의미와 발음이 모두 포함되어있다 했다. 옥편은 호랑이호다.

馮.
 말이 헤엄치는 모습이다. 馬는 갑골문 금문에 보인다. 설문은 말을 말이라 하는것은 말이 성난 모습을 잘하기 때문이다 한다. 말은 怒와 武라고도 한다. 옥편에 馮은 성풍이다.

河.
 설문은 황하를 가리킨다 한다. 돈황 변방 곤륜에서 나와 바다로 흐른다 水는 의미이고 可는 발음이다 하고 있다. 옥편은 물가하다.
 시경은 삼백편의 짦은 시로 된 책이다. 결코 어렵지 않고 가벼운 언어와 눈가를 간지럽히는 속어가 한데 뭉퉁구려 있어 읽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육경(六經)중 가장 쉽고 접근하기 용이한 책이다. 누구에게라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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