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역사 칼럼] 역사와 바둑을 이해하는 대통령
[충청 역사 칼럼] 역사와 바둑을 이해하는 대통령
  • 이 청 논설위원
  • 승인 2019.07.16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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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의 역군(力君)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수년전부터 한국을 향해 만절필동(萬折必東)을 전하고 일화촉방시춘(一花獨放是春)을 운운하며 은근히 때로는 단호한 직접 화법으로 메세지를 전한다.

중원의 모든  강은 결국 동쪽으로 흐른다는 식의 중국 유교관의 강조와, 작은 변화로는 아직 봄이 아니라는 목소리는 상대의 위상만큼이나 낯설고 부담스럽다.

만절필동은 한 때 조선에서 명나라를 종교로 알던 시대의 산물(만동묘등)이라 더욱 그렇다.

이년전 우리 대통령께서 리커창 중국총리와의 면담에서 수년전 시진핑 주석이 한국에 던졌던 ‘꽃 한송이 피었다고 아직은 봄이 아니라’는 덕담을  던지자 리커창은 기다렸다는 듯 소동파의 시에 나오는 ‘봄이 온 것은 강물에 노는 오리가 먼저 안다’는 구절로 응답한다.

한 치의 양보 없는 냉정한 국가 외교전의 한 장면이다.

그러함에도 이 대담은 사전에 ‘화성바둑축제’에 펼쳐졌던 한중간의 바둑 에피소드가 밑자락에 깔려있어  냉랭했던 한중간의 긴장관계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였다.  우리 대통령이 먼저 바둑을 언급하며 얼마 전 끝난 ‘화성바둑축제’에 한국과 중국의 대사가 한중간의 고수들과 연기로 대국을 했다는 설명을 했다.

스스로 애기가임을 자랑하는우리 대통령은 화성바둑축제에 직접 영상으로 축하 메세지를 줄 만큼 화성바둑축제의 전말을 잘 알고 계셨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리커창은 이창호국수를 언급하며 그와 바둑을 둔 기억이 있다며 자신도 바둑을 무척 좋아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바둑관을 피력했다.

바둑은 대승적이고 전체적인 국면파악이 중요하다.
바둑은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한중관계도 그래야 한다.

리커창의 바둑관은 중국 고대의 바둑관인 병법의 그것이다. 그 속에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처한 한국에 대한 하소연이 담겨 있다.

우리 대통령께서 리커창에게 먼저 던진 ‘고금현문’의 구절은 얼마 전 시진핑 주석이 한국신문에 기고했던 글에 나오는 평범한 글귀지만 기다렸다는 듯 소동파의 한시 구절로 대답을 하는 리커창의 발언도 생경하다.

이 대목에서 국가의 위기를 바둑에 빗대어 설명한 의병장 곽재우장군의 발언이 새삼스럽게 떠 오른다. 

오늘의 국가의 성패는 바둑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비록 진 바둑도 한번쯤은 이길 수 있던 형세가 없지 않을 것이며 이긴 판이라도 늘 질 수 있던 형세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 나라의 형세가 패한 바둑판의 모양이기는 하나 (잘 살펴보면) 어찌 이길만한 수가 없겠나이까?

평상시의 수로는 오늘의 위급한 국가형세를 구하지 못합니다.

보통이 아닌 고단수로 붕당을 제거하고 탐관오리들을 타파한 후에야 모든 신하들과 나라의 일을 의논할 수 있을 겁니다.
이후로는 남쪽의 일본도 북쪽의 여진도 근심할 일이 없다고 봅니다.
(國家成敗 若奕碁 雖敗局未嘗無勝勢. 雖勝局 未嘗無敗勢 惟今之勢 雖敗局然豈無可勝之勢哉. 平常之政恐不救今日危急之勢 心用非常不惻之恩威 然後可以去朋黨 革貪暴 使大小臣得協心圖王事 而南北寇不足憂也)

모처럼 바둑을 사랑하는 대통령을 보게 되어 반갑고 기대가 된다.

그러나 당면한 시대와 국가의 현실은 그중 한중간에 당면한 이 엄혹한 정치현실은 마치 초읽기에 몰려 반집을 다투는 바둑판의 형세와 같다.
지금 이 형국에서 한중간에 주고받는 한시는 ‘고금현문’이나 ‘소동파’의 한가한 그것이 아니라 누란의 국가 위기에서 떨치고 일어났던 곽재우같은 열사들의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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