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 넌 좀 쉬어라!!
손아! 넌 좀 쉬어라!!
  • 충남투데이
  • 승인 2018.11.0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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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을 생각하면 발이 바쁜 세상이었다.

학교에 가려면 십오리를 걸어가야 했고.

학교에서 맨 날 하는 것이 축구였다.

축구 할 때는 손이 거추장스런 존재가 되었다.

손에 닿으면 파울을 주니 말이다.

오직 발로만 뛰어야 하는 운동이 축구다.

학교 끝나면 개울에 가서 물고기를 잡았다.

조그만 얼맹이를 풀 섶에 대고 발로 종종거리며 송사리를 몰아 얼맹이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결국 손은 얼맹이 잡고 있는 한 친구의 손만을 필요로 했고 그것도 잡고 있는 역할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하는게 없었다.

집에 와 소 몰고 풀을 먹이러 나가도 제일 힘들고 바쁜 것이 발 이었다.

손은 그저 쇠밧줄 하나 잡고 있으면 소가 가는 대로 발이 움직였다.

부모님께 혼나거나 땡깡을 필 때도 손 보다는 발로 의사표시를 했다.

털썩 주저앉아 발을 오므리고 펴기를 반복해 불만을 표시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발이 참 바빴다.

학교 끝나면 신문을 돌리러 뛰어 다녔다.

손은 신문을 들고 있는 역할만 했지 온통 발로 뛰어야 했다.

친구를 만나려 해도 어디든 찾아가서 만아냐 했고 나오지 않는 친구를 두 발로 써서 몇 시간 씩 기다리곤 했다.

또 그게 힘들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당연한 걸로 여기며 살았다.

요즘엔……. 손이 바쁘다.

아이들은 축구 대신 핸드폰 게임을 한다.

발은 필요 없다. 오직 두 손만 사용한다.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이 핸드폰 만으로도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즐겁게 보낸다.

물고기 잡으러 굳이 냇가에 가지 않아도 된다.

피라미의 몇 백배 되는 상어와 고래를 잡는 게임을 컴퓨터를 통해 방에 앉아서 한다.

손만 있으면 된다.

소에게 풀을 먹이러 소를 따라 나가지 않아도 된다. 소 보다 훨씬 더 말을 잘 듣는 동물들을 컴퓨터를 통해 키울 수도 있다.

손만 있으면 된다.

신문 돌리러 뛰어다니지 않아도 손 안에 쥐어진 스마트폰이란 놈을 통해 신문보다 몇 배 더 많은 정보를 쉽게 볼수 있다 볼 수 있다.

손만 있으면 된다.

친구들과 만나러 일부러 한 장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SNS를 통해 어느 곳에 있던지 만날 수 있다.

혹시 원시적 방법으로 얼굴을 직접 보고 싶어 만나더라도 기다릴 필요는 없다.

서로의 움직이는 동선을 스마트폰으로 통화하며 확인할 수 있으니까.

손만 있으면 된다.

손으로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의 다리는 점점 그 역할에 소홀해 지고 있다.

학생들의 달리기 속도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늦어지고 있고.

장거리 달리기는 아예 포기하기 다반사다.

몇 백 미터를 걷는 게 싫어서 택시를 타야하고 아침 등굣길 학교 앞은 자동차의 전시장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학교의 아침 운동장 조회 시간에 쓰러지는 학생이 부지기수이고 흙바닥 사람 냄새 나던 시장은 에스컬레이터로 움직이는 쇼핑몰로 변해가고 있다.

신축되는 건물의 계단은 좁아지고 있고 엘리베이터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앞으로 발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발을 사랑하자.

발의 역할을 늘려주자.

손아! 넌 좀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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