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긁는 소리
바가지 긁는 소리
  • 충남투데이
  • 승인 2018.09.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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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바가지 긁는 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조롱박 축제와 친환경 유기농 가축사육 등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 마을회관에서 마을 주민들이 모여 바가지를 긁고 있다.

마을 활력사업으로 시작한 조롱박 축제가 끝나고 나면 9월 중순 시간을 정해 마을 사람들이 회관에 모여 마을에서 축산을 하는 농장에서 키운 방목돼지로 파티를 하고 그동안 눈을 즐겁게 해주던 조롱박을 수확해 바가지를 함께 만든다.

마을의 어르신부터 이장은 물론 하교한 학생에 이르기 까지 온 마을 사람들이 혼연일체로 바가지를 긁는다.

하얀 박은 따서 반을 자른 후 가마솥에 삶고 삶아진 박은 다시 속을 파내고 겉껍질을 벗겨서 그늘에 말려야 바가지가 된다. 겉껍질을 벗기는 데는 뾰족한 수가 없다. 숟가락으로 긁어대는 것이 유일한 수단이다. 그렇게 긁어내고 나면 칙칙하면서도 약간 푸른 속살이 드러나고 열흘 남짓 말리고 나면 뽀얀 바가지로 변한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모여 긁어대는 바가지 소리는 정겨움이 있다.

특별한 박자나 리듬 없이도 흥이 나고 취기 오른 어르신들의 구성진 노래자락 하나로 마을이 하나가 된다.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의 가을은 그렇게 시작된다.

우리는 살면서 아내의 바가지 긁는 소리란 표현을 자주한다.

왜 바가지 긁는 소리란 표현을 하는지 모르면서 잔소리란 표현 대신 바가지 긁는 소리란 표현이 보편화 되었다.

바가지 긁는 남편이란 표현은 잘못된 것이고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란 말은 정상적 표현인가?

우선 바가지 긁는 소리가 생겨난 이유부터 살펴보면 간단하다. 바가지의 용도가 지금은 일반적으로 큰 그릇을 표현할 때 보편적으로 표현하지만 과거 그릇이 귀할 때는 그릇 마다의 용도가 분명히 있었다.

바가지는 크게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물바가지와 쌀바가지 이다. 물바가지는 물을 뜨거나 먹기 위해 물 항아리에 두던 것이고 쌀바가지는 쌀을 퍼 밥 지을 때 사용하던 바가지 이다.

살림살이가 넉넉지 않던 시절 쌀독의 쌀이 얼마 남지 않으면 쌀을 푸기 위해 바가지로 쌀 항아리 밑바닥을 긁었다. 쌀이 거의 떨어지고 나면 바가지가 닳도록 항아리를 긁어대야 겨우 밥할 수 있는 쌀을 풀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없어지고 나면 쌀이 없다는 말 대신 아내는 항아리에 바가지 만 긁어대 쌀이 떨어졌음을 표현한 것이다. 요즘말로 표현하면 “돈 벌어와”란 말과 같다. 즉,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란 남편에게 가정 경제가 어려움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바가지 긁는다는 표현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나라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대통령에게 나라 살림이 어렵다고 말하는 언론이나 야권의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과거의 표현대로 바가지 긁는 소리다.

아내의 바가지 긁는 소리를 모른 체 하는 남편은 없다.

또 우리의 아버지들이 그렇듯 바가지 긁는 소리를 싫다고 구박하면 안 된다.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쌀독의 쌀을 채우기 위해 애쓰셨던 아버지의 마음, 그 마음이 우리나라 정치권에 필요한 시점이다. 정겨운 바가지소리와 힘듦을 표현했던 바가지 소리, 모두다 우리 삶에 필요한 소리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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