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131회/ 11장 갑신정변 (11)
[연재소설 벽상검] 131회/ 11장 갑신정변 (11)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3.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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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파가 우정국의 연회장에서 이조년을 죽였다는 것은 김홍집과 원수를 사는 일이었다. 기왕의 내친걸음이었다면 차라리 김홍집도 함께 제거를 했어야 했다고 본다. 김홍집은 연회장을 나가 정변사업을 도와주는 대신 엉뚱한 길을 택하게 된다. 청군에 선을 넣은 것이다.

어쨌든 일단 정변은 일사천리였다.

김옥균은 우정국의 기세를 몰아 군왕을 찾아 변고를 알리고 군왕을 창덕궁에서 경운궁으로 이어(移御)를 시킨다. 도성의 안과 바깥은 왕명으로 계엄이 떨어졌고 군영(軍營)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박영효와 서광범이 군영 대장인 탓에 병권은 송두리째 개화파의 수중에 떨어졌다 할 것이다. 김옥균은 이날 '이재면'을 궁으로 불러 협조를 부탁하고 협조를 약속받는다.

"군왕을 위하고 대로를 위하여 일어났습니다."

김옥균은 군왕과 대로(大老)를 거론했다. 대로는 대원군을 말한다.

"강령이...?"

"강령1조가 대로를 모셔와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를 믿으시고 도와 주소서."

김옥균은 시정 14조항을 나열하며 이재면의 협조를 구했다. 시정 14조항의 첫째가 대원군을 청나라에서 모셔와야 한다는 것은 순전히 대원군 세력의 지원을 받기 위한 책략이었다.

"하죠. 군왕을 위하는 일이 바로 대로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니 말이오."

순순히 협조를 하는 이재면은 군왕의 형이자 대원군의 아들로 조정에 일정한 영향력이 있었다. 이재면은 좌참찬이란 직책을 받기도 한다. 김옥균이 대원군파와 범개화파를 아울러 세력을 규합하는 사이 김홍집과 김윤식 등은 정변을 원위치로 돌려놓는 작업에 뛰어들어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변의 다음날 각기 예조판서와 한성판윤 등을 제수받은 두 사람의 행동은 희극이다. 이 두 사람은 원세개를 만나 청군의 군사개입을 요청하는 한편 박영효 서광범의 수중에  떨어져 있던 전후영의 장교들에게 사람을 보내어 설득과 회유작업에 나선다. 이 작업에 김종려 신태희 등 군영의 고급 장교들이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정변군의 반대편에 서게 된다.

갑신정변에 동원된 전후영은 대략 3천 명 정도였다. 오늘날로 보면 연대급 부대에서 대대장 두 명이 자신의 대대를 이탈시킨 셈이다. 이탈은 고사하고 총칼을 본대에 겨누고 반기를 든 것이다.

김옥균과 김홍집의 갈등과 김옥균이 보듬어 안지 못한 김윤식의 저항은 정변의 기초를 무너트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상황에서 김옥균의 대실수가 나온다. 그것은 경운궁 안에서 발생한 내관 유재현의 살해였다. 처음 얼떨결에 군왕을 따라왔던 민비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창덕궁으로 환궁을 주장한다. 김옥균이 이 주장을 거절하자 내시들과 궁녀들이 민비를 거들고 나섰고 불같은 성격의 김옥균이 내시 책임자인 유재현을 모든 궁인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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