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Ⅳ : 사업 추진 과정과 문제점 및 개선방향 제시
[기획] Ⅳ : 사업 추진 과정과 문제점 및 개선방향 제시
  • 이지웅 기자
  • 승인 2021.01.20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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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는 순서  ◈

① 면천읍성의 위상과 변천
② 면천읍성의 복원정비사업과 활용
③ 면천객사의 복원
④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점 검토 및 개선방향 제시
⑤ 읍성 복원 트렌드와 문화재위원회의 입장변화 대응

[투데이충남 이지웅기자] (고대영 학예연구사 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은 바로 읍성 복원정비 트랜드의 변화다. 당진시에는 면천읍성과 함께 당진읍성이 존재했는데, 2018년 근린공원 정비과정에서 읍성의 북문과 성곽, 여단 유적이 발굴되어 현재 정비계획이 수립 중이다. 면천읍성의 정비계획 수립과 불과 10여년정도 차이가 나지만, 그 사이에 복원과 보존의 패러다임 변화를 느끼게 된다. 

기존 면천읍성의 경우 원형 복원의 방향성이 강했고, 현재도 그러한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성벽의 경우도 기존에 존치하던 기단석과 2-3단정도의 성벽을 다시 쌓고, 조선시대의 기록을 참조하여 원형(추정)대로 복원, 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 상정한 당진읍성의 경우 현재 상태를 유지하고 정비하는 수준에서 계획이 승인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기준인 진정성의 가치기준 반영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렇게 10년 사이에 정비 기조 변화는 지자체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해야할 여건이기도 하고, 기존 방식에 익숙한 지역사회를 설득하는 데에 곤란을 겪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울러, 지자체에서도 담당자의 변화에 따라 정비계획이 수시로 변화하는 것 역시 문제이다. 물론 10년 이상 추진하는 사업으로서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은 없겠지만, 여러 가지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다가 이후 고민이 더해지면서 소폭, 혹은 대폭 수정하게 되면서 당초와 괴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땜질식 처방이 되기도 하는 부분이 나타나는 것이다. 

발굴조사와 복원정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큰 문제점이다. 발굴사업 역시 지자체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일이며, 이러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발굴 이후의 정비와 복원을 전제로 확보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현실에서는 대부분 복원을 전제로 발굴이 이뤄지지만, 사실 발굴과 복원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충분한 시간과 다양한 전문가의 논의를 통해 발굴이 진행해야 하고, 이렇게 규명된 발굴의 성과를 가지고 역시 충분한 논의와 시간을 가지고 복원정비에 나서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사업비를 시일 내에 소진해야 하는 문제로 발굴과 조사 과정에서 무언의 압박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당진 면천읍성의 경우 최근 들어 복원정비 사업이 가속화됨에 따라 예산이 증가되고 있지만, 객사 복원의 사례처럼 시간에 쪼들리다보면 자칫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는 일이 우려된다.

예산정책 역시 문제가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예산이 성립하면 당해에 집행하지 못하면 명시이월로 다음해로 넘어가게 되고, 그 해에 사업을 하지 못하면 예산이 사라진다. 또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그 다음해, 즉 당초 예산을 확보한 2년 뒤까지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대부분 사업은 이러한 원칙과 방식이 적절하고, 어느 정도 지출의 제약이 있어야 사업 운영이 합리적인 부분은 존재하지만 문화재 사업의 경우 당초 발굴과 조사에 투입되는 시간을 특정할 수 없고,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러한 시간은 계속 지연될 수 밖에 없다. 면천 객사의 경우도 당초 예상보다 2배 이상의 시간과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산집행의 제약이 있다보니 서둘러야 하고, 백년, 혹은 그 이후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 사업에서 놓치게 되는 일이나,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집행 때문에 졸속으로 추진될 우려도 있어, 시·도의 전체적인 부분에서는 이러한 재정정책이 효과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문화재 복원정비 같은 특수한 분야에 대해서는 예외 적용과 합리적인 조율과정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주민의 영역이다. 물론 복원정비현장에서 거주하고, 삶을 영위하는 주민 역시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더군다나 면천읍성의 사례처럼 읍성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일부 복원과 정비가 필요한 구역을 제외하고 거주를 보장해주는 형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면천의 경우에도 아무래도 복원정비가 지연되고, 사업진행 초기에 토지 및 건물 보상이 늦어짐에 따라 주민들의 어려움과 불만이 컸었다. 사업지구로 지정되며 보상을 기대했지만 계속 지연되고, 거주공간은 자꾸 쇠락하여 불편함이 커지면서 사업 자체에 불신과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연한 기회에 공예품점 등 시설이 생겨나고, 읍성에 대한 홍보가 진행됨에 따라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긍정적인 부분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아울러, 주민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주민자치 공모사업들이 복원정비사업과 어우러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주민들은 크고 작은 이해관계에 얽혀있고, 문화재 정비와 관광 자원화에 대해서도, 읍성 내에서 이뤄질 사업과 운영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계속 협의와 지원이 필요하다. 한편 주민 일부는 사업 전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문화재 사업의 특성을 문제시하여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고, 정비와 관광에 대해 막연한 인식이 있어 사업 진행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민주도의 프로그램과 연계, 역량 강화 등은 사업의 정상적인 진행과, 사업 완료 이후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끝으로 시설의 활용부분이다.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어렵게 복원한 객사와 관아, 읍성을 방치하여 또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도 찾지 않고 쇠락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당진시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감안, 2019년부터 소규모로 크고 작은 활용 프로그램들을 구상, 운영하고 있다. 또한 충청유교문화권 사업을 통해 관아와 객사와 연계한 부속시설에 면천군수를 지냈던 연암 박지원을 테마로 한 전시, 교육공간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예전처럼 관아에 주리틀기, 곤장 형틀 정도만 전시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본다.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 운영방안을 검토해야 방문객들이 관아와 읍성의 본래 역할과 기능을 파악하고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시설 건립 계획 초기부터 활용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설을 건립하고 나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면 늦는다. 당진에서도 읍성 내 체험공간을 2동 건립했지만, 활용에 대한 고민없이 짓는 바람에 현재 매우 제한된 여건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활용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에 대한 문제도 존재하는데 지역에서는 이 지역 출신이고, 면천두견주의 유래설화 주인공인 복지겸과 그의 딸 영랑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중시한다. 

‘면천진달래축제’의 사실상 주인공이자, 테마인 이들은 후삼국시기~고려 초기의 인물들이며, 현재 읍성 내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 안샘 등이 관련 유적이다. 또 하나의 콘텐츠는 18세기 후반에 면천군수로 3년간 근무한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다. 연암 박지원은 이곳에서 크고 작은 일화를 남겼으며, 읍성 동쪽 골정지를 중수하는 등 그의 흔적도 남겼다. 시에서는 현재의 읍성과 연암 박지원이 근무한 시기가 거의 일치해 연암 박지원을 콘텐츠로 하는 충청유교문화권 사업(여민동락 역사누리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연암 박지원 주제거리, 야외전시 등을 읍성 안팎에 갖출 예정이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연암 박지원은 ‘외지사람’이기 때문에 읍성 전체 분위기와 맞지 않는 복지겸과 관련한 콘텐츠를 부각시키고 싶어 한다. 물론 어느 쪽이 잘못되고, 적절한지 정답은 없지만, 이러한 부분은 물론 콘텐츠는 병존하되, 메인 콘텐츠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편 아직까지 토목 위주, 개발위주의 패러다임이 지역에서는 팽배한 것도 또하나의 문제이다. 아마 대규모 개발, 복원정비 사업이 끝나면 운영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예산 확보 과정이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십억, 수억의 시설사업비는 타당하지만, 수백~수천만 원의 행사비용은 시 예산 확보가 오히려 더 어려운게 사실이다. 수억의 공사보다 수천만 원의 행사를 치루는게 어렵지만, 업무상으로 공사를 추진하고, 완공하는게 더 큰 업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앞으로는  중장기적인 구상 하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 보완, 발전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사업 중 일부는 주민연계사업 발굴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지역주민들이 의욕을 보이고, 지역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마을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등을 설립하는 구상을 했으나, 계획이 미흡하고, 진행이 답보상태가 되는 부분도 문제이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운영할 경우 자칫 소수의 인원이 수익을 독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물론 서서히 읍성 내 다양한 사업체들이 지역 주민의 손으로 건립되거나, 운영을 모색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보면, 개발되면서 원주민들이 빠져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고 일부 성과가 줄어들더라도, 가능하면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역의 문화자원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읍성의 소프트웨어와 교육, 체험 등 활용사업이 읍성을 중심으로 한 마을 경제, 서비스 사업의 인프라로서 기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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