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99회/ 9장 두 혁명가 (3)
[연재소설 벽상검] 99회/ 9장 두 혁명가 (3)
  • 이 은호 작
  • 승인 2021.01.1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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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양?"

"그만 돌아가시게. 자네가 나를 사형이라 생각한다면 이건 예의가 아닐세."

"운양, 이러실 겁니까?"

김옥균이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김윤식을 몰아붙였다. 김옥균이 따져 묻는 것은 청군의 주둔과 행패(?)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이었다. 청군은 도성에 주둔한 이후 온갖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이렇다할 보급부대 없이 출병한 군대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 현지조달(?) 그것이었다.

"자네가 나에게 묻는 것이 무엇인가? 청군의 주둔은 전하께서 허락하신 일, 그걸 탓한다면 전하께 불충일세."

"운양, 왜 하필 청군입니까? 청나라는 부패하고 도덕까지 땅에 떨어진 나라올시다. 청나라의 관심은 오직 조선을 속방으로 계속 삼겠다는 욕심만 있을 뿐입니다. 그걸 왜 모르십니까?"

"이보게 그걸 내가 왜 모르겠나?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네."

"현실이 어떻단 말입니까?"

김옥균의 질문은 속사포였다.

"몰라서 묻나? 청군은 이미 도성안에 진군해 있고 군난은 진정되었네. 지금은 우리가 싸울 일이 아니라 청군을 잘 달래서 돌려보내는 것이야."

"어허? 김대장.."

김옥균이 김윤식을 김대장이라 불렀다. 김윤식은 귀국하자마자 강화유수를 보직 받고 있었다. 강화유수는 강화 김포 지역의 군권을 쥔 도성 방위의 거점으로 휘하에 1천여 명의 병력이 있는 중요 자리였다. 더구나 김윤식은 군왕의 지시로 도성안에서 임무를 보고 있었다. 대원군의 견제는 오경장이 처리를 하여 김윤식의 위치가 돋보이는 시기였다.

"말 조심하게? 김대장이라니?"

"우리 말꼬리 잡지 맙시다. 애초 돌려보낼 청군은 왜 끌어들이신 겁니까? 그것도 도성안으로요?"

김옥균의 핏대는 도를 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바둑판을 들어엎을 기세였다.

"끌어들이다니? 누가 누굴 끌여들였다는 게야?"

"당신이 끌어들인 거 아닙니까? 이건 매국이올시다."

"어허? 이 사람 상종 못하겠군? 여봐라, 이 자를 내치지 않고 뭐하느냐?"

김윤식이 집무실 바깥의 아전들에게 소리를 쳤다. 이것이 한점도 더하고 빼지 않은 구한말의 가장 촉망받던 조선의 두 지식인의 모습이다. 이들을 개화파란 한 공간에 놓고 연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이런 점부터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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