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준비안된 상담소에 ‘당진시민 인권 맡겨’
[당진] 준비안된 상담소에 ‘당진시민 인권 맡겨’
  • 이지웅 김영민 기자
  • 승인 2021.01.13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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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 베고, 나무 자랄 때까지 “기다려 달라”
센터장 없는 상담소, 갈 길 잃은 여성피해자
당진 시네 모처  빌라 6층에  있는  당진폭력예방상담소  사진/투데이충남 

 [투데이충남 당진/이지웅 김영민 기자]  당진시는 지난 4일 충남에서 부여 다음으로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당진폭력예방상담소’(이하 상담소)를 개소 했다. 

 이 상담소는 당진에서 유일한 성폭력, 가정폭력, 긴급피난 쉼터까지 이용 가능한 통합 상담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까지는 가족성통합상담센터가 이 업무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행정감사 당시 시의원의 문제 지적과 9월 특정감사를 통해 당진시는 보조금 유용 및 여러 문제점이 있다며 직접운영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다른 시의원과 여성단체는 성명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만약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운영에 들어갔다가 공백이 생긴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당진시민들이 본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럴 때마다 당진시는 “문제없이 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기존의 가족성통합상담센터는 2020년 한해에만 2100여 건의 신고접수 민원을 처리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찰서 20%, 개인이 찾아오거나 전화접수가 80% 정도였다. 또 긴급피난 쉼터이용 실적을 보면 경찰서를 통해서가 95%, 피해자가 선택한 것은 5% 정도였다.

 이 센터에서는 성폭력, 가정폭력, 긴급피난쉼터 이용과 피해 자녀들까지 상담하는 당진 유일의 성통합 센터였다.

 하지만 가족성통합상담센터의 역할을 1월부터 당진시가 직영으로 ‘당진폭력예방상담소’(이하 상담소)에서 대신 하고 있다. 그동안 당진시의 답변은 “가족성통합상담센터의 공백을 느낄 수 없도록 잘 준비하고 있다”였지만, 주장과는 다르게 상담소는 간판조차도 없이 빌라 6층에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곳에 들어가려면 비번을 알고 누르거나, 담당자가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도 없는 구조다. 

 여기에 성폭력, 가정폭력, 긴급피난 쉼터를 운영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경찰서에서 연락 오는 상담 이외의 상담은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시 관계자는 “아직 상담소 센터장을 채용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상담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개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담을 배워가며 운영할 것이라며 기다려 달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사실에 충남 도내 복수의 전문가들은 “말이 안된다. 이건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어떻게 상담사가 상담을 배워가며 한다니...”라며 “성폭력, 가정폭력은 긴급 위기지원이다. 신속하게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피해자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을 해주는 곳이다.

 일반적인 상담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2차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요즘같이 젠더폭력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성폭력 사례는 복잡하고 다양화되고 있다. 또한, 젠더폭력의 경우 한두 해 경험을 쌓아서는 상담할 수 없다.

 그런데 20년 경험과 사례를 가지고 있던 센터를 없애고 직영으로 결정할 때는 행정적인 절차만 따지지 말고 전문가나 여성단체 등의 의견을 듣고 준비를 했다면 지금같이 말도 안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며 울분을 토했다.

 충남 지역 성상담 전문가는 “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처분을 내리고 1년의 유예를 둬서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직영으로 운영해서 피해자를 위해 잘 돌아가면 상관이 없지만, 그것이 안되는 상황이니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또한 문제가 있다고 무조건 직영으로 바꾸는게 맞는건가? 올바른 행정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문제는 당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상담소에도 사례가 될수 있어 이곳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진시에 성 관련 상담소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진시의 경우 공장들이 많고, 외부인들의 유입도 많은 곳이라 사건이 군 단위하고 다르다. 현재, 당진시의 성폭력 피해 연령은 낮아지고 있으며 신고 건수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늘려도 모자랄 판에 있는 것도 없애고 상담소 위치조차 공개를 못 하며, 게다가 빌라 6층에다 상담소를 만들고, 심지어 배워가면서 하겠다는 당진시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에 시민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성폭력 상담소는 다른 상담소와 다르게 일반인들은 성폭력상담소에 대한 관심이 없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옆에 있어도 있는 줄도 모르고 어떤 부분이 지원되는지도 모르고 있다. 그래서 학교, 경찰서, 검찰청 등이 앞장서 조금씩 알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은 피해자가 제대로 된 지원을 받는게 성폭력상담소의 목적이다.

 잘못한 부분은 잘못한 것이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고 직영으로 돌아선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

 마지막으로 상담소 위치를 알려줄 수 없다는 ‘시 관계자’에게 전한다. 긴급피난 쉼터는 비공개지만 상담소는 공개시설인 것 정도는 알고 행정을 했으면 좋겠다.

 가족성통합상담센터는 경찰서 20%, 개인이 찾아오거나 전화접수가 80%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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