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67회/ 6장 김옥균의 바둑 (7)
[연재소설 벽상검] 67회/ 6장 김옥균의 바둑 (7)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1.30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식총을 좀 쏩니다."

황용택이 김옥균의 질문에 대답을했다. 김옥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라? 신식총을?"

"뭘 그리 놀라시는지요?"

'화승총이 아니고 신식총을 말하기에 그렇지. 자네 별기군인가?"

김옥균이 점화식 화승총 대신 발사식 신식총을 말하는 황용택의 말을 듣고 놀랐다. 신식총은 일본군과 조선별기군에 수십 정이 들어와 있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별기군 소속은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 필요할 듯하여 한 정 구해 열심히 연습 중입니다."

"총을 한 정 구했다 이말인가? 그 총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인데...좋네. 그리고 자네 특기는 무엇인가?"

김옥균이 윤경순을 보며 물었다. 그때 술상이 들어왔다.

"활을 좀 쏠 줄 압니다. 요즘에는 용택이에게 총을 배우는 중이고요."

"자네도 신식총을 쏜단 말인가?"

"네. 세상이 바뀌고 있지 않은지요?"

"뭐라? 세상이 바뀌고 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올커니. 바로그걸쎄. 세상이 바뀌고 있지. 활은 화승총만 못하고 화승총은 신식총만 못한 거 그게 바로 바뀌는 세상이야. 그렇다면 답은 하나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거, 하하하 규완이?"

"네. 말씀하시지요."

"오늘 좋은 동지들을 몰고 왔군. 그래 술친구는 술이 좋아 친구고 바둑친구는 바둑이 좋아 친구지. 그러나 정작 좋은 친구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일 테지.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아닌가? 자 술잔들 들어."

"네. 영수 !"

이규완과 나머지 두 사람이 김옥균을 영수라 칭하며 술잔을 들었다. 영수란 말은 영예로운 말이다. 영수는 선비의 왕, 사림의 대표를 말하기 때문이다.

"내가 시를 한 수 읊겠네. 자작시는 아니고 나의 선대조 할아버지의 작품이지. 자..."

김옥균은 두 눈을 감고 시를 한 수 읊었다.

금잔에 술을 부어 옥수로 권하니

술맛 좋고 잔받는 사람 더욱 좋다.

아마도 미주미행(美酒美行)은 너뿐인가 하노라.

(김창업 1658-1721)


김창업은 청헌 김상헌의 손자로 김수항, 김조순, 김좌근으로 내려온 안동김씨의 태산 같은 존재로 김옥균이 조상들 중에서 가장 존경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옥균은 안동김문의 허세(?)를 거부한 사람이지만 안동김문 안에 허접과 부패로 점철된 인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기에 김옥균 자신도 철저하게 문벌의 가치(?)를 버릴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