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소통의 플랫폼, 게임 문화산업
[기획]소통의 플랫폼, 게임 문화산업
  • 석용현 기자
  • 승인 2020.11.23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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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충남/석용현 논설위원] 이제 게임 산업은 젊은 세대를 모으는 도구이자 소통의 플랫폼으로서 문화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게임 블로거의 실화를 드라마로 만든 일본의 ‘빛의 아버지’(2017)는 사회 초년생인 주인공이 퇴직한 아버지에게 게임 ‘파이널 판타지’를 선물하고, 정체를 숨긴 채 게임 속 캐릭터로 만나 아버지와 소통한다는 내용으로서 게임 속 가상세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드라마로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이 빛의 아버지는 큰 인기를 끌어 지난해 영화로도 나왔다. 아버지를 게임 세계로 끌어들이는 구도지만, 오히려 아버지로부터 조직 생활의 노하우 등을 전수받아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의 게임 콘텐츠를 소재 삼아 TV를 떠난 젊은 세대를 다시 끌어들이면서, 그 자체로 신구세대 소통의 플랫폼이 되는 문화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게임문화산업은 자본시장의 소통 공감의 장이 되고 있다. 21세기의 자본주의 경쟁에서 영화산업은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데 군사력이나 경제력만큼이나, 할리우드가 만들어내는 스펙터클의 기여가 컸다는 점에서 게임문화산업이 드라마가 되고 영화산업이 되고 있다는 점은 게임문화산업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문화산업은 결국 ‘보여주는 일’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카메라가 무심하게 담아낸 일상의 풍경이 특정한 맥락 속에서는 1000권의 책보다 무서운 마케팅의 도구가 된다는 매력적인 힘을 보여준다. 특히 20세기 냉전이라는 시기를 관통하며, 이 선전과 광고를 위한 미학은 점점 더 고도로 발전해나가는 산업의 마케팅 도구이기도 했던 반면, 그에 맞서는 기업들이 진실을 알리고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경쟁을 위한 산업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산업의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것은 자본주의였다. 진지한 고민, 정치적 야심, 저항의 외침,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반역과 탈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자본주의 경쟁체제에 흡수되었다. 자본주의 경제는 ‘팔린다’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거의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게임계를 강타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 역시 그 경쟁력의 힘은 결국 돈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고, 또 텐센트와 넷이즈로 대표되는 세계적 규모의 게임 자본들이 버티고 있는 곳으로 게임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고, 이 때문에 만들 때도 팔 때도 중국 시장은 자본의 광장이 되고 있다. 이제 중국은 단순히 소비만 하는 국가가 아니라 높은 게임개발 기술을 가진 생산국으로서 게임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 게임 산업계에 위협요인의 영향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날 문화산업은 자본주의 내부에서의 경쟁이고, 그 경쟁에서 중요한 법칙 중 하나는 ‘팔리면 취한다’는 포용력으로서 오로지 자본만이 ‘돈이 되는’ 오늘의 세계는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와 같은 세계 ‘문화전쟁’의 향방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워도 문화산업에는 언제나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해왔다는 영향요인 정도를 얘기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주 경기아트센터에서는 색다른 공연이 열렸는데,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후까지 밤을 새워 경기 시나위 오케스트라의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이 12차례 이어졌다. 이 공연에서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를 하였다. 또 오프라인 관객들이 사계절을 암시하는 4개의 공간에서 중계 카메라를 짊어지고 온라인 관객의 선택에 따라 움직이며 공연 깊숙이 들어가고, 온라인 관객은 소리꾼 둘이 벌이는 만담 형식 해설을 즐기며 게임 방송 보듯 공연을 관람했다. 연주와 동시에 대형 스크린으로 ‘극장 살해하기’라는 슈팅게임도 펼쳐졌다.

팬데믹 직전 공연계 트렌드였던 장소특정형 공연과 게임 스트리밍을 결합한 신개념 공연으로서, 늘 온라인 상태에 있는 젊은 세대를 국악 공연 관객으로 유인하기 위해 ‘게임 방송’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한 것이다.

공연예술이 과거의 것이 안 되려면 현재 우리가 가장 즐기는 것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게임문화산업이 산업 규모에서 이미 영화를 추월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구상한 공연이었다고 한다.

최근 게임 산업의 성장은 게임 시장 분석 업체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7년 6억5000만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게임 시장 매출이 2019년 11억 달러 수준으로 치솟았고, 2022년엔 18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출의 80% 이상을 광고와 스폰서십이 차지한다는 점은 매우 매력적인 산업 경쟁력의 가치를 보여주고, 동시대 가장 뜨거운 경쟁의 콘텐츠로서 게임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말해주고 있다.

정리하면 이처럼 ‘게임문화산업’이 비대면 시대의 환경에 콘텐츠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문화산업은 그 자체로 즐기는 콘텐츠인 동시에 사람들이 모이는 가상현실 세계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는 비대면 시대의 문화경쟁 산업이다. 과거에 게임은 나쁜 것이다는 관념을 뒤집는 게임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의 혁신이 요구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게임문화는 소통의 플랫폼 산업이 되고 있다는 혁신의 미래가치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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