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40회/ 4장 선기일수(善碁一手) (4)
[연재소설 벽상검] 40회/ 4장 선기일수(善碁一手) (4)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0.2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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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보게? 이게 뭔 짓인가?"

박영효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조년의 행패를 나무랐다. 서슬이 시퍼랬다.

"부마도위께는 죄송합니다. 죄를 내려 주시면 즐거이 받겠습니다."

이조년이 박영효에게는 순한 양처럼 굴었다. 박영효는 민씨 척족들도 무시를 못하는 인물이었고 인품이 사람들의 존경을 끌어모으는 사람이었다.

"사과를 하게?"

"사과를요?"

"그렇네. 이공께 사과를 하시게?"

박영효가 이조년을 압박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체모가 구겨진 이동인의 얼굴을 세워주기 위한 조치였다.

"부마도위께서 하라시니 그리하지요. 대사, 곡차가 넘쳐 놀라셨소이까? 간밤에 기생년들을 끼고 기운을 쓰느라 팔에 힘이 떨어져 그랬소이다."

이조년이 이동인에게 고개를 비딱하게 숙이며 말했다. 사과라기보다는 오히려 비꼬는 말투였다.

"하하하. 색탐을 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요. 자 거족적으로 한잔씩 하시지요."

이동인이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좌중을 향해 건배를 제의했다. 작심하고 시비를 걸어온 이조년의 막돼먹은 행동도 그는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하. 자 한잔씩 하시고 옆 장막에 이또우라는 일본 고수가 와 있으니 구경들 하시지요. 일본바둑이 강하다는 거 여러분들도 아시지요?"

김옥균이 술잔을 내려 놓고 장막 안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이또우는 일본공사관에 와 있는 바둑고수였다.

"아, 김만수를 이겼다는 그 자 말인가?"

유대치가 관심을 표했다. 바둑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이 바로 유대치이기도 했다.

"그렇습니다. 자 잔을 비우시고 옆 장막으로 자리를 옮기시지요."

김옥균이 한손을 들어 옆 장막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김옥균의 말에 조금씩 흥분을 했다. 김만수를 이긴 바둑 고수를 본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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