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36회/ 3장 군난(軍亂) (12)
[연재소설 벽상검] 36회/ 3장 군난(軍亂) (12)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0.18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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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이었다. 김옥균의 사랑방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언제나 북적거리던 방문객들도 이날은 모두 물러가고 주인과 객 두 사람만이 서로의 시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을 뒤집겠다고요?"

김옥균이 물었다. 상대가 동천홍(東天紅)을 말했다.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겠다는 말은 김옥균 자신이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신념이기도 했다.

"그렇소이다. 고균, 도와줄 수 있겠소이까?"

"끄응!"

김옥균은 신음을 토했다. 상대는 이주회였다. 그는 대원군의 충신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전사(戰士)였다.

"고균?"

"대로의 뜻이요?"

"합하는 태산입니다. 태산은 말이 없지요."

"그만 물러가시오. 나는 당신을 만난 적이 없소."

"고균?"

김옥균이 이주회를 물리쳤다. 대원군의 뜻이라면 모를까 그의 뜻을 알지도 못한 채 측근들의 말에 움직일 그가 아니었다.

"고균. 박회 때 뵙죠. 기대가 됩니다."

이주회가 김옥균에게 예를 표하고 자리를 떴다. 전직 군수와 부사를 지낸 이주회였다. 나이도 김옥균보다 몇살이 위였다.

"고균?"

옆방에 피해 있던 서광범이 들어와 김옥균을 불렀다. 이주회의 방문에 서광범이 긴장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로가 움직이는 모양일쎄."

"하하. 그 분이야 항상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하하, 그런가?"

김옥균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청마루로 나왔다. 새벽이 다가와 있었다. 새벽 바람에 찬 기운이 가득했다.

"먼동이 트는군. 저기 동쪽 하늘을 보게나."

"동쪽 하늘을요?"

"동천홍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은 모양일쎄. 하긴 조선의 하늘에도 동천홍이 내려야지. 암."

김옥균이 짐짓 뒷짐을 지고 말했다. 멀리 성루쪽으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처음 양기가 생성되는 시간 조선의 선비들은 잠에서 깨어나 머리를 단정히 하고 양치를 한 후 서안(書案) 앞에 앉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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