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35회 / 3장 군난(軍亂) (11)
[연재소설 벽상검] 35회 / 3장 군난(軍亂) (11)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0.1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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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회는 바둑판을 거론했다.

"보름에 기연을 할 물건들입니다."

서광범을 대신하여 대답을 한 사람이 있었다. 스무살도 안된 앳된 청년이었다. 그는 서재필이었다. 서재필은 김옥균과 아주 흡사한 길을 걸은 사람이다. 김옥균보다 한참 연하인 그였지만 고향이 충청도 연산이라는 것과 어린 나이에 서광하(徐光夏)의 양자로 들어가 한양으로 가 생활하며 귀족의 길을 걸었다는 점이 똑같다.

서재필은 1882년 18세의 나이로 과거에 급제했다. 김옥균보다도 더 빠른 급제로 천재성을 알 수 있다. 이런 서재필의 든든한 배경으로 양어머니 김씨가 있다. 김씨는 안동김문으로 판서를 거친 아버지와 1800년 초반에 예조판서에 재임하고 있던 남동생 김성근(金聲根)을 배경으로 양아들에게 큰힘이 되어 준다.

서재필은 서광범 김옥균과 모두 일가친척 관계로 특히 김옥균을 어려서부터 형님으로 부르며 따랐다. 서재필은 기본적으로 문인의 기질의 소유자면서도 별기군 생도로 들어가 일본군의 군사지식을 습득하는 등 무인기질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맹활약을 한 것은 김옥균의 지시로 보인다.

"자네 이름이 뭔가?"

"재필이라 합니다. 성은 서가고요."

"서재필?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두눈에 냉정침착하니 한 인물하겠군? 유생이신가?"

"생도입니다."

"별기군 말이군? 하하 그렇군 헌데 서군관 갑자기 웬 바둑대회입니까?"

이주회가 대화를 서광범에게로 돌렸다. 바둑이라면 한 바둑 하는 이주회였다.

"별거 아니고요. 돌아오는 보름에 동지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자는 거 올시다."

"친목에 바둑이야 좋은 것이지만 바둑판이 이리 많은 것을 보니 큰 모임이겠구료. 나도 끼면 안되겠소이까?"

"하하. 이부사가 우리 개화당에 들어온다면야 거부할 리 없겠지요. 개화당에 입당하시겠습니까?"

"개화당에 입당을 하라고요?"

"그건 안되겠지요?"

"하하하. 안될 거 뭐 있습니까? 모시던 주군 물러난 뒤로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튼튼한 동앗줄을 잡는다면야 거부할 리 없지요."

"... ...?"

서광범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과연 이주회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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