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34회/ 3장 군난(軍亂) (10)
[연재소설 벽상검] 34회/ 3장 군난(軍亂) (10)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0.14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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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어떻게 보면 보수와 진보의 줄다리기다. 보수가 기득권이라는 현실적인 과실을 유지하려 하는 집단이라면 진보는 보수의 완고한 기득권을 해체하여 보다 많은 수혜자들에게 나누려 한다. 역사는 개화파를 일종의 진보로 본다. 그 진보의 선두에 김옥균이 있다.

그렇다면 대원군의 역사적 정체성은 무엇일까. 대원군은 개혁적이면서도 누구보다 완고한 보수주의자였다 할 수 있다. 대원군의 개혁은 왕권의 회복과 유지라는 목적 아래 결행된 방편이었지 소수에 집중된 기득권을 다수와 나누려는 차원은 아니었다.

다시말해 진정한 의미의 시민혁명적 성격이 아니였던 것이다. 김옥균은 대원군의 세력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김옥균이 갑신정변을 결행하고 내세웠던 정령14조의 제1조가 대원군을 가까운 시기에 모셔온다(大院君不日陪還事)로 되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조선왕조 오백년사에서 가장 급진적인 개혁주의 사상의 소유자였던 김옥균이 대원군과 정치적 궁합을 맞춘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김옥균이 근대사회를 내다보고 시민사회를 여는 완전한 개혁사상의 소유자였다면 어떤 측면에서 기득권 유지의 화신(?)에 불과한 대원군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주회는 이날 밤 김옥균의 집에서 서광범을 만난다. 서광범은 별기군의 장교였지만 민씨 척족에 반감을 갖고 있어 반민파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댁은?"

"이주회외다. 별기군 생활은 좋소이까?"

김옥균의 사랑방에는 주인은 없고 객들이 차지하고 있는 형세였다. 안에는 서광범 말고도 몇 사람이 더 있었다.

"헌데...이곳은 어찌...?"

서광범이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이주회가 김옥균의 집을 찾아온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주회는 대원군파의 강골로 개화당의 경계의 대상이기도 했다.

"왜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온 것이외까? 고균선생은 안계신 모양이외다."

"퇴청 후 다른 곳을 들렀다 오시려는 모양입니다. 잠시 기다려 보시지요."

서광범이 이주회의 얼굴을 쏘아보며 말을 했다. 이주회는 이미 책상다리를 하고 방 한쪽을 차지했다.

"그건 그렇고 마루 위에 바둑판이 수십 개나 있던데 무슨 잔치라도 있소이까?"

이주회가 턱으로 문 바깥을 가리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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