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벽상검] 33회/ 3장 군난(軍亂) (9)
[연재소설 벽상검] 33회/ 3장 군난(軍亂) (9)
  • 이 은호 작
  • 승인 2020.10.13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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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악.

까악.

까마귀 소리가 병영촌의 하늘을 울렸다. 바깥은 어느새 어둠이 내려와 있었다. 허욱과 이주회 그리고 김춘영이 어둠속에서 헤어졌다. 군영 병방이 운용하는 목장에 노역을 나간 김춘영의 가족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민겸호 김갑식 이놈들이 사단의 원흉이야."

이주회가 동대문을 통해 도성안으로 돌아오며 말했다. 성문 앞에서는 군졸들이 도성 출입객들을 상대로 통행세를 받고 있었다. 성문을 드나드는 백성들의 쌈짓돈을 빼앗아 재정에 보태야 하는 부실한 조정의 실태(?)였다.

"참, 여보게. 개화파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허욱이 개화파의 동향을 물었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항상 귀를 열고 있는 이주회인지라 기다렸다는 듯 답변이 나왔다.

"그들도 시끌시끌 하지."

"시끄럽다고?"

"그것도 당이라고 잘난놈들 몇이 튀는거야."

"하하, 내분이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 개화당에도 뭐 먹을 게 있나?"

허욱이 혀끝을 찼다. 사람이 모이면 당이 되고 당이 모이면 싸우는 것이 현실이라 해도 개화파가 갈등을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개화파를 세상이 당이라 호칭하기는 해도 조정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미미할 때였기 때문이다.

"이동인이란 땡초가 문제인 모양이야."

"그 작자가 요즘 잘 나가는 모양이지?"

"왜 아니겠나? 그런데 너무 잘나가 탈이야. 도무지 세상 무서운 걸 모르는 작자야. 며칠전에는 합하께 금전을 뜯어갔다는 거야."

"합하께? 사기라도 쳤다는 건가?"

"그건 아니고 일본 바둑고수를 데려와 돈을 따간 모양이야."

"그래...허...그 작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군."

허욱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역사는 대원군을 중심으로 한 한줄기의 인적 물결을 수구파라 한다. 그러나 대원군의 추종자들은 수구파도 개혁파도 아닌 현실정치에 충실한 실리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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